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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May 15. 2024

나의 알바 연대기

#2 두 번째 알바 파리빵집

알바계에서 유독 힘들기로 유명한 알바인 파리빵집.(ㅍㄹㅂㄱㄸ 어딘지 아시겠죠?!) 파리 빵집의 회사 계열 알바들이 전부 힘들기로 유명한데 (ㅂㅅㅋㄹㅂㅅ, ㄷㅋㄷㄴ) 업무강도가 생각하는 것보다 센 편이고 잡일도 엄청 많아가지고 아르바이트생들이 기피하는 알바였다. 지금은 어떨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일할 때만 해도 그랬다.


 대략 9년 전쯤 알바를 했었는데, 이때의 나를 말릴 수만 있다면 이 알바를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을 정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가장 큰 첫 번째 이유는 너무너무너무 힘들다는 거다. 사실 저녁 마감 알바는 엄청 편하고 좋은 편인데, 오픈과 미들 타임이 정말 힘들다. 알바를 해본 사람만 아는 파리빵집의 비밀이 있다. 그건 바로 빵을 만드는 기사님이 있지만 진짜 기본만 기사님이 만들어 주는 거고 연유크림빵 모카 크림빵 등 이런 크림빵은 아르바이트생 직접 빵을 썰고 크림을 넣고, 고구마 크림빵도 직접 크림과 가루를 묻혀서 만들고 거의 대부분의 작업을 한다는 사실. 게다가 갓 나온 빵들을 식을 때까지는 매대에 그대로 올려놓고 팔지만 빵이 다 식으면 올려놨던 빵 틀을 전부 씻고 닦으면서 그 위에 있던 빵들을 전부 포장까지 해야 한다. 더 놀라운 건 특이한 포장의 빵들의 포장법은 본사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이 직접 개발까지 해야 한다는 것!


파리빵집에 오픈이나 미들 타임에 오는 사람들은 대게 여유로운 사람들이 아니라 바쁘고 급한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 계산의 속도라던가 서비스, 친절에 아주아주 예민한데 일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면 절대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아마 스스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금방 그만두게 될 수도. 제일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제가 좀 급해서 빨리 해주실 수 있나요?"였다. 여기서 또 하나의 비밀 아닌 비밀은 파리 빵집의 빵들에는 바코드가 없다는 것. 이것도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면 자세히 보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 일 텐데 완제도 물론 있지만 생지 제품들의 경우에는 바코드가 찍혀 나오지 않아서 빵들의 종류와 이름을 전부 외워야 하고 종류에 따라 나눠져 있기 때문에 포스기의 배치까지 정확하게 외워야 빠르게 계산이 가능하다. 내가 일했던 가게는 생지 제품들과 완제 제품들의 종류를 모두 합쳐 300개가 넘었고 이걸 다 외워야 했다.


 나는 파리빵집에서 오픈부터 저녁 알바가 오기 전까지인 오픈+미들을 전부 혼자서 일했는데, 이 시간 동안 내가 했던 업무들을 몇 가지 말해보자면 도착한 완제 물품들 정리, 추가 주문해야 하는 제품들 파악 및 발주 리스트 정리, 오픈 청소 중간 청소 퇴근 전 청소, 전날 팔다 남은 빵 정리 및 기부할 빵 따로 빼두기, 빵이 나오면 빵 만들기 및 데코, 빵 진열, 손님 주문 빵과 케이크 따로 정리, 빵 진열 매대 청소 및 빵틀 닦기, 매장 전화받기, 근처 주문 건 직접 배달, 생지 제품들 재고 확인 후 기사님께 추가 리스트 전달 및 2차 빵 진열, 빵 식은 후 전체 포장 및 빵틀 닦기, 판매할 생크림 포장, 신제품 포장법 연구 및 개발, 계산 그리고 정산 등등이 있다.


 이 모든 일과 플러스알파를 기본 최저 시급을 받으면서 일했다. 업무 강도도 세고 하는 일도 아주 많은데도 불구하고 일에 대한 대가라던가 근무 환경은 정말 최악이었다. 지금 나에게 직장인만큼 혹은 그 이상의 돈을 준다고 해도 이 알바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젊어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알바였다. 엄청난 체력과 센스, 민첩함, 기억력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절대 불가능한 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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