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의 평행우주
나는 무대에 서서 수십 갈래로 뻗어나가는 내 인생을 본다. 그중 살아볼 수 있는 건 하나의 생뿐이다. (p. 29)
하지만 우리는 언제 어디서 태어날지 결정할 수가 없다. 어쩔 도리 없는 사건이 생애는 수두룩하다. (p.32)
알고 있어. 삶에는 힘든 일이 일어난다는 걸. 그걸 알 만큼은 살아본 거야. 그러나 정혜윤이 말했듯, 우리는 삶에 시달리면서도 최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해. 어느 해에 내린 홍수로 포도 농사를 다 망친 니코스 카잔차키스 부자의 대화를 기억할 수도 있어.
"아버지, 포도가 다 없어졌어요."
"시끄럽다.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
(p.127)
그게 바로 내가 되고 싶은 최고의 나야. 고통과 환희가 하나라는 걸 모르지 않다는 듯이, 비와 천둥의 소리를 이기며 춤추듯이, 무덤가에 새로운 꽃을 또 심듯이, 생을 살고 싶어. (p.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