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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젤리 Apr 30. 2024

이슬아를 읽는 이유

동시대의 평행우주

내가 아기를 출산 2022년 5월 즈음 이슬아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오랜 친구 그린 그림이 어떤 책의 표지가 됐다길래 선의와 호기심으로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이슬아 작가의 책 <아무튼, 노래>다. 당시에도 책을 재밌게 읽었는데 첫아기를 키우는 일상이 워낙 정신없고 바빠서 이슬아 작가를 더 탐구할 의지도 여유도 없이 잊고 지냈다.


그러다 최근 정민경님의 브런치 글 <이슬아 작가처럼 쓰는 8가지 방법>을 읽고 나서 이슬아 작가 다시금 금해졌다. 시간을 만드는 것도 결국 의지의 문제라 아기를 재우고 내가 잠들기 전 또는 주말에 아기가 낮잠 잘 때를 이용해 틈틈이 이슬아 작가의 <끝내주는 인생>을 읽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 또래의 미혼 여성은 이런 생각을 하며 이런 일상을 살아가고 있구나' 이해의 폭을 넓힌다. 글을 쓰다 검색해 보니 작년에는 결혼도 하셨네?! 프롤로그를 읽으며 독신주의일 거라 짐작했는데 새 유부녀가 되었다니. 아무튼 나랑은 전혀 다른 모양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 삶을 위트 있고 정제된 표현으로 엿보는 게 너무 재밌고 유익해서 이슬아 작가의 책을 앞으로도 찾게 될 것 같다.


이슬아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공감 가고 존경스러운 부분은 삶을 대하는 의연한 태도와 삶에 대한 애정이다. 인상적인 몇몇 문장을 옮겨본다.


 나는 무대에 서서 수십 갈래로 뻗어나가는 내 인생을 본다. 그중 살아볼 수 있는 건 하나의 생뿐이다. (p. 29)
하지만 우리는 언제 어디서 태어날지 결정할 수가 없다. 어쩔 도리 없는 사건이 생애는 수두룩하다. (p.32)
알고 있어. 삶에는 힘든 일이 일어난다는 걸. 그걸 알 만큼은 살아본 거야. 그러나 정혜윤이 말했듯, 우리는 삶에 시달리면서도 최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해. 어느 해에 내린 홍수로 포도 농사를 다 망친 니코스 카잔차키스 부자의 대화를 기억할 수도 있어.
"아버지, 포도가 다 없어졌어요."
"시끄럽다.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
(p.127)
그게 바로 내가 되고 싶은 최고의 나야. 고통과 환희가 하나라는 걸 모르지 않다는 듯이, 비와 천둥의 소리를 이기며 춤추듯이, 무덤가에 새로운 꽃을 또 심듯이, 생을 살고 싶어. (p.131)




읽는 일이 직업이  로 나에게 읽기는 항상 목적성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논문 그리고 육아책 읽기 모임에서 선정된 육아책.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목적 없는 행위를 절제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마음껏 느슨게 읽은 이슬아 책이 나에게 굉장한 휴식을 주었다. 이를 계기로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재개했다..!! 다음에는 과연 어떤 책을 읽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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