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죽음을 회상하며
2021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죽음은 가까이서 직접 목격하기 전에는 결코 와닿지 않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쯤 할머니께서 8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셨다(이렇게 덤덤하게 말할 수 있기까지 일 년이 걸렸다).
죽음에 대한 내 최초의 기억은 할아버지의 죽음인데 너무 어릴 때(초등학교 5학년) 겪은 일이라 그다지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며칠 전 병문안을 갔었다. 대구에서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기 직전이어서 병실 티브이에서는 코로나 뉴스가 한창이었다. 그 며칠 후 할머니를 영안실에서 다시 마주했다. 할머니의 시신이 실험실에서 쓸 것만 같은 차가운 은색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며 뺨을 어루만졌는데 온기가 하나도 없이 놀랍도록 차갑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요즘 어떤 작가님의 소설집을 읽고 있는데 그 작가분께서 81세에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인 평균수명이 82.×세라는 통계적 수치는 대강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할머니의 죽음까지 겪고 나니 나도 왠지 80세 즈음에 생을 마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80세까지 멀쩡한 정신으로 거동이 가능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다.
문득 여태 나의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80세에 죽는다고(80세까지 산다고) 생각하니 아직 내 생이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구나 하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40대가 되고 더 나이 들면 어떨지, 60대, 70대가 되면 점차 가까워지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을 마무리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을지 궁금하다. 지금 60대이신 부모님은 또 어떤 마음이실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린다. 그래서 결론은, 부모님께 자주 연락드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