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는 오늘 하루를 하루 안에 끝내기를 실천 중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하루의 첫 번째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한 낮과 한 밤이 지나는 동안. 대개 자정(子正)에서 다음 날 자정까지를 이른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두 번째 사전적 의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이지만 일상적으로 느끼는 의미는 아침에 내가 눈 뜬 순간부터 잠들기까지다.
현재 나는 육아 휴직 중이라 대부분의 낮시간을 아기를 보살피며 지낸다. 다행히 아기는 생활패턴이 규칙적이라 7시 반쯤에는 잠들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자유시간이다.
하지만 완전한 자유시간은 아닌 것이, 낮 동안 아기를 보느라 미뤄둔 각종 집안일(주로 빨래와 아기 설거지)을 다 마치고 나면 금방 밤 10시, 11시가 되어버린다. 아기는 아침 7시 전후로 깨기 때문에 11시부터는 나도 슬슬 잘 준비를 해야 다음날 온전한 컨디션으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수 있음을 안다. 아는데... 그게 참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얼른 씻고 자야지 생각하면 밤 11시에야 생긴 진정한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픈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일단 씻어야지... 하는데 씻으러 갈 마음을 먹기까지 세월아 네월아 한다. 그러면서 대단한 무엇인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주로 의미 없는 웹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딘가에서 '스마트폰 사용은 시간을 부스러기로 만드는 일'이라는 표현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스마트폰으로 검색도 하고 쇼핑도 하지만 무엇인가 시간을 들여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나마 브런치에서 글 쓰는 행위만이 예외적이랄까. 하지만 육퇴 후에 다른 것(예를 들면 운동이나 독서)을 할 정신적, 육체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만 주구장창 들여다보고 있던 것이었다.
시간을 시간 부스러기로 만드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지. 그러기 위해서 오늘 하루를 오늘 밤 12시 안에 끝내기로 다짐한다. ESTJ 특성상 잘 시간을 설정해 놓으면 자기 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로 밤 11시에는 무조건 씻으러 가자. 나는 12시면 잠들어야 하는 숲 속의 공주 아니고 엄마야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