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원장님이 해 주신 임플란트가 아무래도 문제인 것 같아요. 입 천장쪽에 곰팡이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자꾸들어요.”
나를 보는 눈빛에 원망이 전해진다.
“잘한다는 유명한 삼거리 이비인후과로 먼저 갔어요. 나는 입안에 곰팡이가 생긴 것 같다고 했고, 그 원장님도 임플란트때문에 입안에 곰팡이가 있는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6개월을 약을 지어먹어도 낫지 않았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더 이상 해줄게 없대요. 그래서 원장님께 한번 찾아와봤습니다. 왜 이런건가요?”
“증상을 말씀해주시겠어요?” 내 지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난 6개월간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네, 입 안 전체에 곰팡이가 생긴 것처럼 간지럽고요. 말을 하면 혀가 어눌해요. 발음도 잘 안되구요. 또 이야기하려다보면 단어가 잘 생각이 안납니다. 임플란트는 벌써 수년전.. 아주 오래전에 한 것인데요. 요즘 왜 이럴까요?”
그러고는 얼마 후, 환자분과 근심어린 표정의 아내분이 찾아오셨다. 뇌수막종 진단. 며칠 후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신다고 한다. 그 경황없는 와중에 내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러오셨다. 치과 상담실에서 눈물을 훔치면서 두분이 그렇게 수술을 서둘러 받으러가셨다. 그러고는 오늘 얼굴이 반쪽이 되어서 나타나신 것이다. 수술은 잘 되었다한다.큰 불행이 찾아왔지만, 표정은 좋으셨다. 운없는 일이 운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계신 듯 했다. 행,불행은 나의 마음과 태도가 결정하는 것이지, 이미 결정되어있는 것이 아니다.
“원장님 감사합니다. 수술후에 재활하는 곳에 가보니, 대소변 받아내고, 못일어나는 분들도 많은데, 그중에서 제가 제일 건강합니다. 원장님 덕에 일찍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 말을 하는데 또 눈물이 나네요.”
옆의 아내분도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시며 눈물을 훔치신다. 아마 내 말이 표지판처럼 방향을 알려주었기 때문인가 보다. 대기실에서는 멀쩡하시다가도 들어와서 나를 보면 눈물을 흘리신다. 이렇게 찾아와 수술 경과보고도 해주시고 인사도 해주시니 나로써도 보람있고 엎드려 감사할 일이다.
내가 죽기전까지 천 명의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여야겠다고 나 스스로 결심한 것이 느슨해 질 때 즈음, 신은 내게 또 이렇게 다그친다.
‘그것을 잊고 지내었느냐?’
하고 내 어깨를 잡아 흔든다. 살아갈수록 인생은 별 것이 없구나 하고 허망해 질 때 즈음, 그래도 나도 자기효능감을 느끼면서 아직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끼게 이렇게 고마운 환자분께서 일깨워주신다. 내가 나의 이번 삶에 부여할 의미는, 내 삶으로 인해 세상이 1mm 만큼이라도 더 나아지는 것이다. 무력한 삶이지만, 남은 날들을 각성한다면 가능할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