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가 아니면 로스쿨에 갈 수 없나요?
“로스쿨은 금수저 전형이다.", "2-3억 원이 있어야 로스쿨을 갈 수 있다." 등의 이야기는 시작도 전부터 로스쿨 지원자들의 기를 꺾어놓는다. 각자의 기준과 사정이 다양하기 때문에 내가 감히 "돈이 없어도 로스쿨에 갈 수 있다."라고 말할 수도, "돈 없으면 로스쿨 못 간다."라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실제 로스쿨을 다니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들을 안내하고, 이것이 로스쿨 지원자들의 판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드라마에 종종 금수저 로스쿨생이 등장하는데, 로스쿨에 금수저가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당연히 있다. 그리고 어느 전문직종이든 금수저는 있다. 금수저가 아니면 로스쿨에 갈 수 없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당연히 아니다.
로스쿨에 필요한 비용은 '학비 + 기타 수험비용 + 기회비용 + 생활비'이다.
먼저 학비를 보자면 2021년 기준으로 고려대 로스쿨과 연세대 로스쿨이 학기당 약 970만 원으로 가장 높다. 성균관대 로스쿨이 약 930만 원이고, 이 외의 서울 및 수도권에 소재한 사립대 로스쿨의 학비는 학기당 700 - 800만 원대이다. 반면 국립대 로스쿨의 경우 사립대 로스쿨보다는 학비가 낮은데, 서울대 로스쿨은 학기당 약 660만 원이고, 서울시립대 로스쿨은 약 520만 원이다. 나머지 국립대 로스쿨의 학비는 학기당 500-550만 원이다. 따라서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우 로스쿨 3년에 필요한 학비는 약 6,000만 원이고, 그 외 사립대의 경우는 약 5,000만 원이며, 국립대의 경우 약 3,000만 원이다.
학비 외에 교재 등 서적 구입비, 인터넷 강의 비용 등 수험에 필요한 여러 가지 비용은 기타 수험비용으로 볼 수 있다. 나는 인터넷 강의를 거의 듣지 않아서 기타 수험비용으로 지출한 것은 서적 구입비가 거의 전부였는데 사실 사야 하는 책이 거의 정해져 있어서 한 학기에 100만 원 미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으로 기회비용인데, 로스쿨에 가기 위해서 2-3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장 큰 요소이다. 로스쿨에 진학할만한 학력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을 했을 경우에 3년간 취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이 바로 기회비용이다. 또는 로스쿨에 3년을 투입하고 다른 고시나 일반 대학원 진학 등의 여타 선택지를 포기함으로써 쓰게 되는 비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당장 소득생활이 필요하거나 이미 해오던 소득생활을 포기하고 로스쿨을 가는 경우에는 기회비용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
생활비는 개인마다 편차가 심하므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집에서 통학을 한다면 로스쿨에 가기 이전에 지출했던 생활비 수준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집에서 통학이 어렵다면 기숙사 생활을 할지, 자취 생활을 할지에 따라서 필요한 생활비도 달라질 것이다.
위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하여 각자의 상황에 맞게 판단하면 될 것인데, 아무래도 많은 지원자들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학비일 것이다. 이에 관련하여 꼭 알려주고 싶은 것이 로스쿨은 장학제도가 아주 잘 되어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계가 곤란한 학생의 경우 3년 내내 로스쿨 학비를 전혀 내지 않고도 로스쿨을 다닐 수 있다. 로스쿨은 등록금 수입의 30% 이상을 장학금으로 편성하여야 하며, 장학금 중 70% 경제적 환경을 고려한 장학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초생활수급자 및 소득 1구간, 2구간, 3구간까지의 학생의 경우 교육부의 지원과 로스쿨 자체 재원으로 3년간의 등록금 전체가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소득 4구간의 경우 등록금의 90% 이상, 5구간의 경우 등록금의 80% 이상, 6구간의 경우 등록금의 70% 이상이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연세대 로스쿨의 올해 2학기 구체적인 장학금 지급 내역은 다음과 같다.
2. 2021-2학기 교내 장학금 지급 규모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자유(가계곤란) 장학금 - 총 94명 / 총 765,436,200원
나. 진리(성적우수) 장학금 - 총 25명 / 총 153,184,500원
다. 조교장학금 - 총 46명 / 총 139,960,100원
[출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홈페이지]
가계곤란 장학금 지급액이 성적우수 장학금 지급액의 약 5배에 달한다. 가계곤란 장학금 수혜 학생들은 평균 814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받았는데, 연세대 로스쿨 총 정원 360명 중 94명의 학생은 등록금의 거의 대부분을 가계곤란 장학금으로 지급받은 것이다. 로스쿨 지원을 희망하는 멘티 대학생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안내해 주는 것이 바로 위와 같은 로스쿨 장학제도이다. 로스쿨 지원을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고려 요소가 있겠지만, 적어도 어려운 환경으로 인한 로스쿨 학비 부담 때문에 겁을 먹고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 각 로스쿨의 학기별 장학금 지급내역은 각 로스쿨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