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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빵씨 Mar 05. 2022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심리학을 곁들인 따뜻한 영화 이야기

인자한 웃음을 짓고 있는 김혜남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김혜남 작가가 어떤 분인지 잘 몰랐지만 책을 읽으면서 따뜻하고 편안함을 느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전문의로 오랫동안 일하셨다고 하는데 그 때문일까? 문장들은 편안했고 그녀의 감상에 즐거운 기분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영화를 좋아하는 김혜남 작가가 정신분석학회에 공유했던 글이다. 젊은 시절 썼던 글이라는데 아직까지도 명작으로 불리는 작품들도 꽤 있어서 재미있다. 심리학과 연관 지어진 영화 리뷰라서 심리적 해석을  관계 - 내면의 상처 - 죽음 - 환상 - 사회의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보여주었다. 

카테고리와는 별개로 각각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에 대해 감상을 남겨보려 한다.





외로운 예술가는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는가

<가위손, 1990>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너무 섬뜩해서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독특하고 장난스러운 캐릭터들이지만 무시무시한 스토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별로 선호하지 않았는데 작가님의 해석을 보니 조금 이해가 갔다. 감독도 한 명의 사람이기에 자신의 경험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의 작품에서 유달리 손을 강조하는 것은 예술가로서의 그의 운명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예술가에게는 어찌 되었든 손이 가장 중요하기에 가위로 변해버린 불구와 같은 손은 예술가에게 고통일 것이다. 영화에서 에드워드는 가위손으로도 예술을 해내지만 말이다.


창조자로서의 예술가들은 신과 같은 위치이며 신화적 인물이 되고 마술사의 힘을 부여받았다는 것도 재미있는 해석이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예술적 표현을 보면 감탄사와 함께 "사람이 이렇게 할 수 있어?"라고 질문하는 것처럼 한계를 초월한 예술가는 신적인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낚싯줄에 잡힌 물고기에게 주어진 선택

<흐르는 강물처럼, 1992>

꽤 오래전에 봤던 영화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사람들은 아련한 눈빛으로 꽤 좋은 영화라는 감상평을 항상 덧붙였던 것 같다. 아마도 아름다운 영화의 배경과 반짝반짝 빛이 나는 브래드 피트 때문일까. 


이 책에서는 두 아들의 심리에 대해 분석을 해준다. '분리 개별화'라는 개념을 가지고 노먼과 폴의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모든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부모, 특히 어머니와 공생적 관계에서 독립적인 자아로 분리를 해나간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권위 아래 있던 두 아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폴의 비극을 읽는 동안 슬펐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지 못한 폴이 불쌍했다. 성장하는 데 있어 자신을 옭아매는 것이 무언인지 잘 살피고 심리적인 감옥을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2005>

이 영화는 꿈에 대한 이야기다. 70세 노인 버트 먼로는 낡은 오토바이로 시속 300키로가 넘는 주행 기록을 남긴다. "가고 싶을 때 가지 않으면, 가려고 할 때는 갈 수가 없단다"와 같은 말을 하며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의 꿈의 주행을 위해 도전한다. 


나이 든 어르신들의 성공은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답답해질 때 한줄기 빛처럼 느껴진다. 늦은 때란 없다는 것. 5분이라도 행복하다면 그것이 더 값진 것이라는 다른 시각을 통해 또 배운다.



인생의 분기점에서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는가

<아메리칸 뷰티, 1999>

아메리칸 뷰티도 꽤 재밌게 봤던 영화다. 복잡한 스토리 속에서 이상하게도 비닐이 바람에 날리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상하게 아름답고 허무해서 눈물이 났었다. 


주인공 레스터 번햄은 아름다운 삶과는 거리가 멀다. 아내부터 딸, 본인까지 문제투성이 가족이고 이웃들도 이상하다. 세계에서 제일 정상인 척하는 미국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곪아있는 가족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아메리칸 뷰티는 성인기의 발달에 대한 영화라고 한다. 레스터는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깨닫자 죽게 된다. 살아가면서 행복의 의미를 이미 깨달았다면 그 삶은 꽤 괜찮은 삶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나오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영화를 영상으로 풀이하는 것이 아니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들의 심리적인 갈등이나 정신적인 문제를 짚어주는 것도 좋았다. 심리학 이론을 사례로 들어서 해석해 주어서 다양한 인물들의 속마음도 알아볼 수 있었다. 작가님의 책을 더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이토록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글이라니 기분이 좋았다.


저자 김혜남 선생님은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어른으로 산다는 것》, 《당신과 나 사이》,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를 출간하셨다고 한다. 출간하신 책 전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 김혜남 저자 인터뷰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4244.html


지병이 있으시다는 이야기를 읽고 인터뷰를 몇 개 찾아보았는데 이 책이 꽤 어렵게 쓴 책인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블로그 글을 쓰는 것도 어려워하는데 작가님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일까 짐작도 하지 못하겠다. 인터뷰에서 힘든 이야기를 무심히 털어놓으시고는 인생을 이겨낼 간단한 진리들을 알려주신다.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신 지 21년이 되었고 체력적인 한계로 이 책을 마지막으로 글을 쓰지  않으신다고 한다. 너무나 아쉽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심리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인생의 다양한 면과 나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도 다시 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서 추천한다.


* 다빵씨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ddazero


*다빵씨의 유료 콘텐츠 - 무비플로우*

https://contents.premium.naver.com/moviefw/movie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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