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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다연 Feb 14. 2022

초콜릿으로 당 보충한 밸런타인데이

딸아이의 이유 있는 초콜릿 선물

 어제 오후 봄날처럼 따사로운 햇살의 유혹에 이끌려 마스크를 꾸욱 눌러쓰고 나들이를 나갔다.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코로나의 두려움에 그동안 쇼핑센터 한 번 방문하는 것도 망설여졌는데, 막상 나가보니 사람들로 온통 북새통이다.     


  예쁜 리본이 묶인 다양한 모양의 포장상자와 달콤한 초콜릿들이 여기저기 선보이고, 줄이 길게 늘어선 것으로 보아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왔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밸런타인 데이의 유래와는 다르게 현대에 들어서는 양력 2월 14일에 선물을 주고받으며 기념하는 날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로 고정이 되어있기도 하다.     


 어떤 초콜릿 회사에서 밸런타인 데이를 소개하며 인용한 오역 자료가 널리 퍼지면서 생긴 오해라고 하지만, 토착화되면서 많은 연인들 혹은 친구나 직장에서도 이 날은 초콜릿을 한 두 개는 까먹게 되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이나 연애시절 그래도 한 번쯤은 초콜릿을 사 본 경험이 있지 않을까? 또한 케이크에 꽃장식과 와인, 뭔가 로맨틱하고 양식당에서 스테이크라도 썰어야 할 듯한 달콤한 속삭임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 나이에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아직도 로맨틱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것을 보면 소녀 감성은 그대로인가 보다.  코로나로 답답하고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듯 달콤한 초콜릿들로 가득 메워진 매장 안은 우울한 마음을 살포시 녹여준다.


 하지만 치아 상한다고 초콜릿을 입에 데지도 않는 남편과 젊은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초콜릿을 고르기도 뭣해서 분위기만 즐기다 이내 돌아선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당이 떨어졌는지 손도 떨리고 허기가지면서 기운이 빠진다. 평소 같으면 걸어 올라갔을 거리지만 엘리베이터에 몸을 의지해서 도착했다. 


 곧 다음 달 입학을 앞두고 있는 딸아이가 반갑게 맞이한다. 그런데 집안에는 쇼핑백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게 뭔가 범상치 않다. 무슨 쇼핑을 이렇게 많이 했냐고 한마디 하려는 순간 다짜고짜 밸런타인데이 선물이라며 들이밀더니 빙그레 함박웃음이다.

 선물은 바로 다름 아닌 내가 어제 실컷 눈요기하고 온 초콜릿이었다.

 

  친구의 남친을 위한 초콜릿 구매에 따라갔다가, 세뱃돈을 털어서 사 왔다는 초콜릿은 참으로 딸아이를 닮아있었다. 


 초콜릿에 총총히 박혀있는 건과일의 새콤함과 달콤함에 금가루까지 뿌려진 과일초콜릿과 아기자기 귀여운 동물 모양 쿠키 초콜릿까지 다양하다. 


 부드러운 생초콜릿은 얼음판에서 피겨스케이팅을 즐기는 것처럼 그 맛이 환상적이고도 녹아내릴 듯했다. 몇 개 집어 먹었더니 금세 당이 보충되었는지 기분이 좋아진다.


  '초콜릿 장사만 대박 났겠다'며 타박을 하는 남편도 은근히 싫지만은 아닌 눈치다.

  엄마 꺼 아빠 꺼 구분해서 종류별로 많이도 사 왔다 했더니 이내 딸아이는 속내를 드러낸다.




 초콜릿 좋아하는 내가 몇 개 집어 먹었더니, 엄마는 살쪄서 안된다며 본인 입으로 홀랑 넣어버린다. 그리고는 초콜릿 받았으니 다음 달 화이트데이에 사탕을 많이 사줘야 한다는 딸아이의 억지 논리가 시작되었다.


 결론은 엄마, 아빠의 선물이라는 명목 아래 본인 먹고 싶은 초콜릿 양껏 사 와서 마음껏 먹고, 다음 달에는 사탕까지 받겠다는 깜찍한 생각이다.


 그나마 남자 친구가 생기면 이마저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딸아이의 이유 있는 초콜릿 선물이 싫지만은 않다. 밸런타인데이에 상업적으로 초콜릿을 판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초콜릿 하나로 가족의 웃음과 소확행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기에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물질이 많고 풍족하지 않아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순간에 '행복'이란 추상적이고도 지극히 주관적인 녀석이 옆에 살포시 다가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딸아이의 초콜릿 선물로 우리 가족이 당을 보충한 기분 좋은 하루인 오늘은 밸런타인데이라고 부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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