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다연 Jan 16. 2022

싫어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특수 마사지의 비밀


  몇십 년간 우정을 이어온 나의 절친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 이전에는 여행도 다니고 모임도 자주 했었는데, 벌써 2년째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터라 불평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예정되어 있던 호캉스 일정을 취소한 지 3주 만에 온 연락이었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늘 즐겁지만,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 또한 존재하기에 반가움과 함께 불편함 또한 교차된다. ‘설마 이번에도 또 가기야 하겠어’라고 혼잣말을 해보지만, 아니나 다를까 돌아오는 주 모여서 마사지나 받으러 가자는 것이다. 모든 여자들이 다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친구들은 마사지를 즐겨도 너무나 즐긴다.      


 코로나 이전 동남아 여행을 즐겨했던 우리는, 기본적으로 잡혀있는 일정 외에 별도로 나가서 하루에 서너 번은 마사지를 받았다. 아마 여행지를 동남아로 매 번 잡는 것도 그 마사지 때문일 것이다. 마사지의 불편함을 호소하긴 하지만, 소심한 A형의 성격 특성상 그다지 큰 변명도 늘어놓지 못하고 호구가 되고 만다. 그때마다 나는 숙소에 혼자서 있는 것도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내키지 않는 발마사지라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요즘, 마사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 좋았는데, 이제는 국내에서의 만남이 또 걱정이다. 마사지라고 하면 근육과 관절 등에 일련의 신체적 자극을 통해서 어루만지면서 뭉친 신체의 일부 또는 전부를 풀어내는 것이다. 골다공증으로 뼈의 강도가 약해진 나한 데는 두려우면서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아 마사지 울렁증이 생길 정도이다.     



 나의 마사지 울렁증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내 안에 내재해 있는 마사지에 대한 의식에 귀 기울여본다. 지금도 여전히 비리와 로비의 온상으로 흔희들 여겨지는 건설업에 처음 발을 담갔던 그 시절로 기억된다. 

 법인카드를 정산하던 중 엄청나게 큰 액수의 식대비에 의문이 생겼다. 유흥업소도 아닌 일반 음식점으로 분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상 불가한 금액이 청구되어 있었던 것이다.      


 식대비가 아무래도 잘 못 계산된 것 같아서 의문을 제기한 나에게, 들려온 영업부의 답변은 의외로 마사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때까지도 나는 무슨 음식점에서 마사지를 받는지 이해불가였고, 상상의 나래는 끝도 없이 펼쳐졌다.     


 특수 마사지받으면 비싼 거라며, 낄낄거리는 영업부 직원들의 소리를 뒤로한 채, 자리로 온 나는 그제야 깨닫는다. 그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된 나는 지금도 생각만 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카드값에만 음식점으로 표기될 뿐, 그곳은 일종의 유흥업소인 것이다.     


 그 뒤로 나의 머릿속에는 마사지하면 퇴폐업소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박혀버렸다. 시각장애인 안마나 경락 마사지도 있을 것이고, 스포츠 마사지 등 긍정적 측면의 마사지도 많이 존재하겠지만, 특수 부위 마사지만이 떠오르는 것이다. 더구나 신체접촉이 많은 마사지의 특성상 그 퇴폐적인 느낌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여전히 지금 몸담고 있는 직장도 그때와 다를 바는 없다. 코로나로 방역수칙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에도 그들은 접대라는 목적 아래, 강남의 바빌론 요새와도 같은 룸살롱에서 특수 마사지를 받으신다. 많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접대문화는, 품질 저하와 부실공사를 가져오는데도 말이다.   

  

 나의 마사지 울렁증은 여전히 지속되고, 당장 다가오는 친구들과의 약속은 또다시 고민 속으로 빠진다. 컴컴한 밀실에서 짓누르는 신체적 압박과 퇴폐 마사지의 이미지가 없는 밝은 세상에서 머무르고 싶음을 느낀다.     



#책과강연

작가의 이전글 싫어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