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간을 견딘 당신이 행복하기를...
도서관에 가는 길이었다. 샛골목 한 귀퉁이에 대추나무가 아스팔트를 뚫고 솟아있었다.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긴가민가 싶어 주저 앉아 들여다봤다. 아스팔트고, 대추나무였다.
“네가 아무리 날 막아봐라. 나는 푸르게 잘 살아갈 거야.”
마치 이 정도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추나무 잎에는 윤기까지 좌르르 흘렀다.
높이가 두 뺨 정도 되는 걸 보면, 여기에 꽤 오래 있었을 텐데, 원고 작업에 쓸 자료를 찾느라 바쁘게 걸어 다니느라, 대추나무를 알아보지 못했다.
잘 살아보려고 뿌리를 내린 흙 위에 검은 아스팔트가 깔렸을 때, 대추나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사방은 어둠으로 막혀있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세상에 나 혼자인 것처럼 외로웠고, 이대로 사라질까 두려웠을 때, 대추나무가 믿을 수 있는 건, 자신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대추나무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밝은 햇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다독였을 것이다.
대추나무를 보면서 20대 때, 내 모습이 떠올랐다. 잘 살아보려고 서울에 뿌리를 내렸지만, 빛이 들지 않는 동굴처럼, 깜깜한 날들이 있었다. 외롭고 막막한 순간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끝이 막힌 동굴이 아니라, 빛이 기다리는 끝이 있는 터널이라고 믿으며 걸었다. 어느 순간, 나를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을 만나고, 함께 걷는 친구가 생겼다. 밝은 빛을 찾아 걷지만, 느닷없이 어둠이 내리는 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그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안다. 자꾸만 멀어지는 희망에 당황하고, 다친 마음을 부여잡고 울던 날도 있었지만, 지금 나는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대추나무를 만났듯, 행복을 만나고 있다.
한 때 아스팔트 속에 있었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녹록지 않겠지만, 대추나무에게 말해주고 싶다. 버텨줘서 고맙다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줘서 대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