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무 방송작가 Oct 13. 2023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나에게 보내는 응원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한자 이름을 알아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아빠는 내 이름의 ‘희’가 빛날 ‘희’라고 했다. 촌스러워서 곧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던 이름인데, 끝 글자가 빛날 ‘희’라는 걸 알자, 내 이름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했다. 나는 다음날 자랑스럽게 숙제한 공책을 펼쳤다.      


 숙제 검사를 하던 담임선생님은 말했다. 

“틀렸어. 여자 이름에는 빛날 ‘희’를 안 써. 남자 이름에나 쓰는 거지. 니 이름의 ‘희’자는 계집 ‘희’자인데, 니가 잘 못 안 거야.” 

“맞는데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는 대답했다.

검은 플라스틱테 안경 너머 나를 빤히 보던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틀렸어. 다시 해와”

찌익 빨간 사인펜 줄이 공책에 그어졌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리지 못하던 조선시대 홍길동도 아니고, 나는 내 이름을 내 이름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숙제 검사는 계속 됐다. 

자기의 이름을 써놓은 공책을 검사 받으며, 틀렸다는 말을 우리는 계속 들어야 했다. 집에 와서 아빠에게 빛날 ‘희’가 맞다는 확인을 받았다. 그럼 그렇지. 나는 빛날 ‘희’자를 꾹꾹 눌러써서 숙제를 해갔다.      

 다음날 숙제검사를 하던 선생님은 

“아닌데, 빛날 희가 아닐 텐데...”

말을 흐리는 것으로 숙제 검사를 끝냈다. 하루가 지나는 동안 내 이름의 뜻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름처럼 반짝이던 내 속의 빛이 조금 사그라진 거 같았다. 

 

 나이 들면서 알았다. 자기의 잣대로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 투성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휘둘려 내가 맞는지 불안할 때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빛날 '희'가 들어간 내 이름을 부른다. 

작가의 이전글 정말 웃기는 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