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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방송작가 Oct 17. 2023

결혼식 축가는 아이돌에게 부탁해

사람들이 방송작가에게 하는 부탁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혜화동’ 노래 가사처럼 만났으면 둘은 어떤 얘기를 할까? 혹, 돈 빌려달라는 소리에 놀라지는 않았을까?      

나도 알고 지내던 친구에서 전화가 왔고, 곧 결혼한다고, 함께 봤던 홍대에서 만나자 길래 나갔다. 내게 청첩장을 내밀며 친구가 하는 말에 놀랐다. 

“방송작가니까 연예인 많이 알잖아. 결혼식 때, 네가 아는 아이돌 시켜서 축가 좀 불러줘.”     


 방송작가 인맥으로 무료로 결혼 축가를 부를 아이돌가수를 섭외해 달라고 했다. 방송작가라고 연예인 하고 친한 건 아니다. 한 건물에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다른 부서 사람과 인사만 나누듯, 넓은 방송바닥에서 바람처럼 한 번씩 스쳐간다. 축가를 부탁할 친한 아이돌가수가 없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친구는 내 말뜻을 다르게 이해한 모양이었다.       

 “나도 염치가 있지. 유명한 아이돌을 바라는 게 아니야. 그냥, 아이돌이면 돼. 결혼식 날 시간될 때, 딱 한곡만 부르고 가면 돼.” 

이 정도면 자신이 충분히 양보했다는 듯이, 친구는 나를 바라봤다.


 아는 아이돌이 없거니와 무료로 결혼식 축가를 불러달라고 부탁할 사람은 없다며, 예식장에서 알아봐 주는 축가 가수들이 있으니까, 알아보라고 했다. 친구는 섭섭해했고, 그 애 앞에서 나는 연예인도 마음대로 못 부르는 능력 없는 방송작가가 됐다.       


 “내가 요새 국밥집 새로 열었거든. 이영자 우리 국밥집에 데리고 와. 우리는 어렵지마는 누나 딸 방송작가니까 안 쉽겠나. 이영자 데리고 오마 맛집이라고 좋아할 기다.”       

 10년 넘게 연락이 없었던 먼 친척이, 엄마에게 전화해서 부탁을 했단다. 엄마는 내게 말하지 않았고,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엄마에게 전화해 직접 얘기하겠다며 휴대폰 번호를 달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엄마가 내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전화번호를 친척에게 줘도 되지만, 이영자를 나도 TV에서만 봤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친척한테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아마도 속으로 나를 괘씸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후배작가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친구기 낡은 집을 개조했단다. 그 집이 매매가 안돼, 속상하다며, 팔 수 있게, ‘구해줘! 홈즈’ 연결해 달라고 했단다. 작가들이 섭외하니까, 그 작가에게 부탁해달라는 거였다. 후배작가는 그 팀 작가를 아무도 모르지만 혹시 안다고 해도 부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일과 관련해서 작가들은 사적인 부탁을 하지 않는다. 특히 아이템은 방송의 시청률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더욱 하면 안 되는 일이다. 그 정도도 못 해주냐고 생각하지만, 그 건 할 수 없는 일이다. 거절을 하면, 상대는 말로는 괜찮다지만 섭섭해한다.      


'방송작가인데 왜 연예인과 결혼 안 해' 제목으로 예전에 쓴 글처럼, 연예인과 친한 피디, 작가의 얘기 몇 개만 듣고, 그걸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방청권을 구해 달라. 연예인 사인을 받아 달라. 신문사에서 글을 써와야 실어준다고 했다며, 다른 사람 이름으로 나가는 미술 작품 홍보 글을 기사처럼 써 달라. 아는 사람이 트로트 가수로 데뷔를 했는데 출연시켜 달라. 친한 사람이 아니라, 한두 번 만난 사람으로부터 부탁 전화를 받는 경우도 꽤 있다.      


 나는 거절을 못했고, 부탁을 들어주려고 애쓰며 허둥댔다. 하지만 이제 거절한다. 오랜만에 나타나 청첩장을 주고, 결혼식에 꼭 오라고 해놓고는 결혼식에 참석한 후에는 연락하지 않는 친구처럼, 연락을 끊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 사람이 내 옆에 머물지 않고, 흘러가게 둔다. 이제는 내가 나에게 하는 부탁이 뭔지 귀 기울이고그 부탁을 들어주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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