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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원 Apr 24. 2024

예술지원사업을 하려는데
왜 세금공부를 해야 하죠?

지원사업 오티 때 세금 교육 좀 해주세요. 제발... 

 나는 웹툰 작가들을 진정으로 존경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성실하기 때문이다.

한 때 나도 광고 웹툰을 연재했었는데 계약이 종료되기만을 기다렸다. 

매주 마감을 위한 삶을 사는 건 인간답지 못한 삶이었고 하루종일 24시간 자면서도 웹툰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일과 삶의 경계가 없는 게 일상인 나인데도 매주 마감일을 위해서만 사는 삶은 정말이지 괴로웠고 계약이 만료되고 난 뒤, 그 해방감이란... 

하여간 십 년 이상 웹툰 작가 활동을 하는 분들은 거의 나에게는 신이시다. 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또 브런치를 한 달 만에 쓰게 된 것에 대한 푸념이랄까.. 허허허.

꾸준하고 성실하기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세상 흑흑. 아니 시간이 정말 없다고요 엉엉,,


요 근래에 바빴던 핑계를 대자면, 지원서의 1/4분기 철이었기 때문이다.

봄 즈음 나오는 지원사업들의 공고가 뜨는 철이었고 지난겨울에 선정된 사업의 O·T철이기도 했다.

거기다 매년 하반기에 들어오는 지역기획수업 용역을 상반기에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는데 재단 팀장님이 이번엔 그리하자고 응해주셔서 상반기에 기획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기획서 쓰는 연습을 하고 바로 제출해 볼 수 있게 시즌을 맞춰서 수업을 진행하고 싶었는데 원대로 이번에는 상반기에 진행되어서 하반기에 사람들이 지원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만족이다. 

이런 기획수업을 소수정예로 진행하며 개별적으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갖고는 하는데 이때마다 꼭 나오는 이야기가 왜 지원사업은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나요?이다. 예술하자고 지원했는데 행정에 짓눌리는 그런 삶을 사는 예술인들...


아니 진짜, 지원사업은 왜 이렇게 처리해야 할 행정들이 많은 걸까?


 국가에서의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이유 생각해 보면 된다.

국민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주겠다는 문화정책을 근거로, 예술인들에게는 안정적인 작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가인 예술가들을 통해 국민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라는 게 이유다. 

국민들이 예술을 즐기자고 일일이 나서서 알아보는 게 아니라 국가가 인증해 줌으로 좀 더 쉽게 질 좋은 문화예술을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을 테고 또 예술인들을 고용하고 그들에게 정당한 금액을 제공하여 예술인들의 일자리도 창출하여 1석2조의 효과랄까.

 

 이렇게 생각해도 된다.

 ' 예술인들아 내가 지원할 테니 나 대신 국민들을 위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운영해 줄래? '인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지원해 줄 테니 예술작업, 예술교육할 사람 손!!"이라고 했을 때, 손드는 예술인들이 워낙 많으니 산하기관들이 이러한 사업들을 관리하고 국민들에게 이 프로젝트가 적절한지를 검토하고 이 예술가들에 대한 검증 및 대신 선정하고 돈도 주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이고 또한, 이들에게 주는 돈이 세금이기 때문에 올바르게 쓰는지 정산까지 검토해야 하기에 "저요 저요!! 그거 제가 할래요!!"라고 한 예술인들은 그 수많은 증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날, 난 선생님들이 간이계산서에 써주시는 대로 받아서 풀을 발라 붙이고 관련서류들을 철하고 붙이고 하며 두툼해진 서류봉투를 옆구리에 끼고 정부부처에 제출하던 시절부터 기획을 하던 사람이다.

E나라 도움(정산을 위한 국가전산시스템)이 처음 나왔을 때 예술인들을 믿지 못하냐, 예술인 의심하냐! 하며 항의하고들 했지만 난 그 옛날 어떤 식의 부정행위들이 있었는지 아주 잘 알기에 지금 같은 검토절차가 매년 제한사항이 늘어나고 변화되어도 맘에 드는 편이다. (부정행위를 물 마시듯 하는 어른들과는 일하기 싫어 안전이별을 해왔더랬지...) 물론 과할 때도 있는데 그러한 부분도 조금씩은 의사반영이 되고 다음 해에 수정되고 하는 과정들을, 실무자이기에 지속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형태가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고 해도 이렇게 검증을 위한 여러 가지 제한사항이 매년 많아지고 수정되기에 예술인들이 활동에 공백이 생겼다가 몇 년 만에 지원사업 판을 다시 들여다보면 갑자기 심장이 두근대면서 나는 이제 바보인가, 늙었나, 나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나. 하며 주눅이 드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래서 수수료를 잔뜩 떼가는 악성 기획자 or 선배님들에게 기대거나 그러한 삶이 힘들어지면 활동자체를 주저하거나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분들을 위해
(경력단절예술인의 역량강화를 돕는) 
본아트랩이 존재하는 것.

이라는 깨알 중간 광고...
2022년도에 진행했던 기획기술학원 포스터. 기획학교라는 이름으로 기획수업이 무지하게 열리던 시기라 난 학원으로 꼬아보았더랬다.


3시간씩 6명 정도 소수정예로 진행하는데 듣고 나면 기획서 작성 천재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지원사업을 그럼 어떻게 써야 하나.


지원사업을 이해할 때는 국가의 문화정책을 이해하고 산하기관의 운영의도를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그들이 원하는 공모사업 지원신청서의 기획의도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오늘 할 이야기는 아니니 차후 기획 관련 이야기를 할 때 자세히 하기로 하고... 

일단 그래서 기획의도가 정확하다면 프로젝트를 위한 섭외와 예산설정 등을 할 것이고, 그 후 지원하고 선정되면 매우 기쁜 상황!! 이렇게 끝??? 


오늘 하려는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지원금을 받아 이를 집행할 때에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한 세금상식의 필요가 나를 찾아온다. 개인으로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주는 금액만 받을 때는 그냥 세금 떼고 들어오니까 별문제 없이 살아오던 삶이었는데 공모사업에 지원하고 참여하면서부터는 내가 누군가를 고용해야 하고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위치가 되면서 인건비를 지급할 때마다 혹은 관련 서류를 첨부하라고 할 때마다 모르는 말들을 한가득 듣게 되고 정확히 이 부분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면서 사업을 마무리 지으면 다시는 내가 사업 안따고 만다, 엉엉하면서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들이 생기는가.


내가 개인이든 단체든 간에 임금을 주려면 그 사람의 인건비에서 원천세 지방세를 떼고 지급해야 하며 그 세금을 지급하기 위해 단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국세청 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이미 이 과정에서 엄두가 안나 매번 세무서를 찾아가서 오프라인으로 처리한다거나 세무사에게 맡기거나 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온라인뱅킹으로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정도라면 누구나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정도의 업무 난이도다.


 단체라면 우리 단체가 부가세를 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달라는데 할 수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인건비를 주면서 왜 세금을 떼라는 건지, 왜 그걸 또 내가 내주는 건지, 내가 개인으로 그 돈을 받으면 세금폭탄 맞는 건 아닌지, 내가 예술인인데 왜 예술인고용보험에 해당이 안 된다는 건지, 비영리단체랑 일반과세자랑 간이과세자가 뭔지 왜 이걸 예술하는 사람 보고 하라는 건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며 세금과 관련한 문제들을 잊을만하면 또 발생하고 분기별로 그리고 사업이 끝난 다음 해까지도 내 발목을 잡는 것 같다.


 사실 이 부분은 그냥 지원사업 오티 때 세금특강이나, 1:1 문의 창구 같은 걸 좀 마련해서 사업을 애당초 시작하기 전에 세금 관련 부분을 마스터하고 시작하면 될 일 같은데 오티를 가면 이 부분을 제외한 역량강화만을 권장한다. 

그렇다 보니 이 부분을 모르는 예술인 입장에서는 나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알아서 이런 걸 질문 안 하나보다 하고 질문마저도 소극적으로 할 수 없게 되는데, 가끔 그중에 용기 있는 몇몇이 질문을 하더라도 이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내가 듣기엔 물어보는 사람도, 답변을 해줘야 하는 사람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구나 하는 질문과 대답들이 오간다. 


물론, 예술인을 위한 세무사님 특강이나 창업지원을 위한 세무사 컨설팅 같은 것들을 찾아서 들으면 되기도 한다. 나도 가끔 들으면서 검토받기도 하는데 문제는 나는 알고 들으니까 아는 거지 모르는 사람이 들을땐 일단 그분들의 언어가 너무 어렵다. 예술인이면서 예술단체를 운영하면서 지원사업을 따보기도 하고 기관에서 지원사업을 내려보기도 사람(그게 바로 나)에게 강의를 시키면 실제현장에 맞춰 예술가의 언어로 설명해 줄 텐데!! 


사업 중간이나 정산을 해야 하는 연말쯤에 가서 회계사님과 정산 관련 워크숍을 하는 곳도 있는데 내 생각엔 애초에 신규 사업 오티 때 세금 기초 특강을 하고 시작해 줬으면 좋겠다. 예술인들은 그때가 아니고서는 맞춤으로 관련 강의를 들을 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산하기관들 지원사업 오티 때는 제발 제가 아니어도 되니 세무와 지원사업에 관한 특강을 꼭 좀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세금의 여러 상식들이 지원사업을 만나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고 지원사업의 예산을 작성하고, 운영하고, 정산한다면, 그다음부터는 그 어떤 공모사업도 두렵지 않을 것이기에!!!


아니, 뭐 이런 것까지 가르쳐 가면서 예술인지원을 해야 돼? 하고 물으신다면, 


해야 하는 이유는 확실하다.

제대로 된 예술가를 

더 많은 사람들이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 좀 할 줄 안다고 해서 예술가라 할 수 없는 사람이 예술가의 지원금을 다 가져가서도 안되고, 나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예술가인데,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예술을 경험해야 하는데, 단지 이들이 행정이 약하다고 해서 지원사업을 포기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예술계를 떠나게 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매년 기획수업을 어떠한 형태로든 꼭 진행하는데, 힘들지만 보람되고 재미있는 건 이곳에서 진짜 예술가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서 빨리 파트너들을 만나기 위해 기획수업을 진행해야겠다. 

지역에서 함께 지원사업에 대해 고민할 예술가 파트너들이 더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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