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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efree Apr 04. 2023

자기 계발, 남에게 알리지 말라

무슨 일이든 과정이 중요하다.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모든 일은 과정을 견뎌내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영어실력 올리기이다. 한 동안 독서도 열심히 하려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녀의 영어 실력 올리기와 독서는 엄마들의 마르지 않는 화제이지만, 엄마의 독서와 영어 공부는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온라인에는 책을 읽는 사람도 많고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이 많은데 주위에는 없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찾기 위해 영어 스터디 모임이나 독서모임이라는 것이 생긴 모양이다. 


직장인이라 하면 일과 후 운동을 조금 끝내고 넷플릭스 등을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시청하며, 일주일에 한 번쯤 술약속이나 나가는 것이 어쩐지 부끄럽지 않은 행동인 것 같다.

일과 후 운동을 하는 것은 그나마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독서나 영어공부는 알리면 안 될 것 같이 느껴진다.

책을 읽는다는 것을 알리는 순간, 저렇게 책도  읽는 사람이 보고서는 이렇게 밖에 못쓰나, 저렇게 책도 읽는 사람이 사람들 앞에서 말을 왜 저렇게 밖에 못해하고 비난할 것만 같다.

영어 공부는 또 어떤가? 어떤 상황에서는 영어가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한 번도 이야기해보지 않은 상황에서는 갑자기 영어 바보가 된 것 같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 한국어를 하다가 바로 영어로 전환하려면 버벅거리는 것은 당연한데 영어 공부한다고 알리면 매일 영어공부한다더니 도대체 뭐지? 하고 생각들 할 것만 같다. 다 똑같이 보이는 조직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는 없다.

사실 이런 것들은 나의 못난 생각이며, 사람들은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 해도 과정을 알릴 필요는 없다. 어제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고 남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만큼 내 자기 계발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뚜렷한 결과로 보여주지 않는 이상, 남들은 일이 넘쳐 초과근무하고 있는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할 시간도 있는 여유 있는 사람처럼 보일지 모른다.


말을 하면 채찍질이 되어 실현된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내향인인 나는 이런 것조차도 누구에게 이야기하기보다 혼자 하는 편이 좋다. 소문낸다고 더 열심히 하게 되지도 않을 테고, 도움을 받을 일도 아니다. 어차피 모든 인생은 자신과의 약속이며 싸움이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혼자 있을 때 일어났다. 

공무원 합격 한 그 해에는 그전 해와 다르게 친구들과 만남을 끊었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지금은 어떤 모임이든 시간이 아까워 필요한 모임만 가려고 하고 있다. 


알리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가 있다면 결과로 보여주면 될 일이지 결과가 날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에는 이야기하고 싶어도 하지 마라.


남편조차 어차피 그 못된 성격 고쳐지지도 않을 텐데 독서는 뭐 하려 하냐고 했다. 내향인이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 남들에게 더 이상 휘둘리고 살고 싶지 않아 책에서 위안을 찾고자 했던 것뿐이지 못된 성격을 고쳐 남편에게 잘하고자 책을 읽은 적은 없다. 같이 살고 있으니 불가능하지만, 남편에게 조차 알리지 않고 몰래 읽고 싶었다. 


영어 공부 하는 것도 영어를 쓸 일이 있으면 그때 하면 될 일이지 과정을 알릴 필요는 없다.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독서를 통해 삶이 조금 나아지면 그만이지 독서를 한다고 알릴 필요는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이 치유되면 그만이지 가까운 사람이 내 글을 볼 필요는 없다.


일 외에 어떤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면 아무리 알리고 싶어도 알리지 말고 브런치 같은 대나무 숲을 찾든지 일기를 쓰든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든지 다른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이 낫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계발은 해야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나이가 들수록 자기 계발하는 사람이 많이 없기에 필요하지 않으면 말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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