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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성 Sep 10. 2021

온실 속 화초가 될 수밖에

돈과 폭력이 빚은 세상

코로나 시대 익숙한 풍경으로 사람들이 삼사오오 모이면 돈과 관련된 이야기는 어디서든 빠지지 않는다. 코로나로 경제가 멈추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인하와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방법으로 시중에 막대한 돈을 뿌렸다. 부동산, 주식, 원자재, 암호화폐 등 코로나가 시작된 전 후를 비교하면 수배의 상승은 기본이다.


거대한 돈의 파도를 이용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좁히기 힘든 자산의 양극화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정책의 오류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더 부축였단 주장에 일부 공감하지만, 이 시기 모든 자산 가격이 폭등한 것을 보면 정책 실패만을 주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유행성 질병 하나는 '가격' 말고도 많은 가치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중이다. 


집은 옷과 음식처럼 인간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필수 조건이다. 홍콩의 집 문제는 서민들이 살아가기에 정말 열악하다. 벌집주택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성인 한 명이 눕기에 비좁은 방도 도심에서는 월세가 60만원을 넘기도 한다. 정부와 건설사 또한 서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거의 짓지 않고, 최근에는 팬더믹으로 인한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과 반중친미 성향의 본토인이 매일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 주거문제는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아프간에서 미국이 철수하고 다시 탈레반이 장악하면서 20년간 미국식 문화에 익숙해온 그들에게는 재앙이다. 미국의 힘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무리한 지출을 지속한 그들에게 아프간 점유가 더 이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탈출하지 못하고 남겨진 아프간 사람들의 고통은 우리가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 원시적인 본능에 비참하게 놓인 그들에게 부디 최소한의 생존권이 보장되길. 


극단적인 세상이다. 매체 속 편집된 타인의 삶을 보며 열등감에 사로잡힌 우리는 매일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모두가 동참하는 행렬에서 혹여나 이탈할까 노심초사하며 살아간다. 삶을 효율로만 평가하는 세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노력을 비효율로, 신념은 융통성 없음으로 치부한다. 모든 가치는 상황에 따라 변한다. 우리의 일상을 하루아침에 바꿔버린 코로나 팬더믹, 홍콩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국가안보법, 미군 철수로 하루아침에 사라진 아프간의 평화는 어제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개인으로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혼란의 연속인지는 당연해서 묻지 않는다. 떳떳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라고 한치도 방심하지 않고 달려왔는데, 이룬 것 하나 없고, 속절없이 기회는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성실함이라는 비장의 칼도 팬더믹 시대를 지나며 무뎌졌다. 우리 잘못이 아니라고 하늘 높이 외쳐도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는다. 그래도 감추면 보이지 않을 수 있었던 우리의 민낯을 외부의 폭력이 다가와 억지로 끄집어내는 것 같다. 팽창하는 우주 에너지를 막고서는 것도 아닌데, 민들레 꽃씨는 마지못해 소금물에 발을 담근다.


- 시대를 막론한 고난의 때, 그 자리의 무게를 이겨내신 모든 분들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 `21.9.1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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