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서른이 된다는 건 뭔가 대단한 일을 세상에 보여야 할 거 같았다. 거창한 성과를 내놓는 어른이 되는 것. 허나 지금의 난 이룬 것 하나 없이, 서른을 한 해 남겨놓은 스물아홉의 1월을 맞이하고 있을 뿐이었다. 당장 온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스스로 실패자가 된듯한 좌절감이 매일 아침 시작됐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서른 살이라니'. 그 하나가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구나. 모든 게 끝났어. 걱정만 한 채로 시간이 흘렀어. 실패한 인생인가. 한 게 없다 여겨놓고도 또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는 반년을 날려버렸어'
그렇게 생각했다. 어릴 땐 서른이면 내 이름으로 된 집 한 채는 있을 줄 알았고, 새빨간 스포츠카로 거리를 누비며 스릴을 즐기는 사람이 될 줄 알았고, 주말아침이면 강아지와 한강을 달리며 여유로움을 즐기는 커리어우먼이 되어 있으리라 꿈꿨다. ……
서글서글한 인상과 타고난 붙임성으로 유학 생활 중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던 동갑내기 그녀는 평소와는 다르게 축 쳐진 내 모습에 되려 목소리를 높였다. '쫌', '뭐', '아니' 하는 강한 사투리 억양을 가진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몇 개월째 내 앞에서 빛을 막고 서 있는 벽을 향해 던져졌다.
(중략)
서른이란 틀에 갇혀 있을 땐 이 모든 불안과 걱정의 몫이 인생에서 서른만이 겪는 고통이라 생각했다. 모든 연령대를 검색해 보니 도서관에서 읽어본 책 제목에서 나이만 바뀌었을 뿐 목차나 책이 하는 말은 실제로도 비슷했다. 사람들은 매 순간, 지금의 나처럼 불안해하고 있음을, 나 혼자 겪는 성장통이 아니었음을,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도 도전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중략)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나이가 먹은 거니까.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