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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입문 퀘스트 : 글 원고에서 책 원고로.

여정에 대한 기록 4.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책 원고 만들기

by 노승희


출판계약을 마친 뒤 출간을 하고, 내 이름으로 나온 도서가 있다 하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겪게 되는 현실이 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작가가 직접 자신의 책 판매량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이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는 궁금증이 들었던 초보작가다. 출판 및 유통 전반에 걸쳐 엮여 있는 복잡한 문제라고 했다. 작가가 판매수량을 모르는 문제, 브런치에 책을 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다들 알고 있었을까?


적어도 나는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를 출간하고나서야 알았다.







4-1. 책 제목 다시 정하기


말 그대로였다. 출판사와 계약 후 담당자라고 배정된 이가 내게 가장 먼저 전한 소식은 책의 전체적인 방향을 다시 잡아야한다. 제목을 수정하고 부제와 카피를 정하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라는 제목은 13년 전부터, 내가 책을 낸다면 어떤 제목을 붙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탄생한 제목이었고 그렇기에 더욱이 이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다 생각했던 문장이자 내 욕심이기도 했다.


그런 책 제목을 고치라고 하니 이런 절망이 따로 없었다. 우선 대체할 수 있는 제목안을 5~10개 보내주면 출판사에서도 연구해보겠다고 했다. 부제목도 함께 뽑아 주면 좋다고 덧붙였다. 하루아침에 제목을 바꾸라니. 지난 1년간, 원고 작업을 하면서도 가제라고는 하지만 확정시되듯 여겼던 제목이 바뀐다는 사실이 영 내키지 않았다.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계약이라는 현실 앞에 '이럴 줄 알았으면 독립출판이나 알아볼걸' 하며 계약서에 서명한 것을 조금 후회하고 있던 밤이었다. 하지만 어쩌겠어, 이미 벌인 일인 것을. 나는 시작한 이 모든 작업에 책임감을 가져야했다.


계약서에 쓰여있던 작업 기간과 달리 작업은 생각 이상으로 너무나 촉박하게 진행됐다. 직장인이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속도였다. 전날 밤에 회신을 주고 다시 하루만에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어 뭐가 이렇게 빨리 흘러가나, 이렇게 해도 제대로된 결과물이 나오긴 할까 하며 이 원고의 주인으로써, '내 새끼 내가 챙겨야지' 하는 마음으로 결국 2-3일에 한 번 쪽잠을 자가며 작업 속도를 따라갔다.


다행히 여러 과정 끝에 기존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했다.


"출판사 논의 결과 원래의 제목과 컨셉을 살리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후 작업은 목차와 컨셉을 바꾸는 일이었다.






4-2. 컨셉과 목차 수정하기


투고한 원고에서 목차를 구분짓는 챕터는 총 4개였다. 각 챕터마다 12개, 총 48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었다.처음 내가 구분한 목차는 메인 퀘스트/서브 퀘스트/일일 퀘스트/돌발 퀘스트로 나뉘었다.


출판사 담당자님은 각 챕터마다 성장하는 흐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챕터설명과 에피소드 제목을 교훈형식으로 바꾸면 좋을 거 같다는 조언도 했다.


메인 퀘스트 : 겪으면서 습득하는 성장스킬
서브 퀘스트 : 익숙함 탈피로 배우는 교훈

잘하고 있어 -> 인생은 원래 쉽지않다
강해지지 마 -> 끝까지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다


그래서 또 밤새, 어떻게 수정을 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며 목차와 컨셉 수정을 진행했다.


입문 퀘스트 : 일상 경험치를 획득하다 <아니, 인생까진 모르겠고 일단 해볼게요.>
성장 퀘스트 : 생각전환 스킬을 습득하다 <아휴, 겪어보니 그래도 조금은 알 거 같아요.>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다, 지나고서야 보이는 것들, 얻어 배운 유용한 대처법 등등.


문제는 단순히 챕터 타이틀과 에피소드의 제목을 바꾸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챕터의 컨셉이 바뀌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에피소드들의 순서가 모두 바뀌어야했다. 기존에는 에피소드의 난이도대로 분류가 되어있었다면 바뀐 컨셉에서는 흐름이 있는 순으로, 시간적 개념이 책장을 넘기며 함께 발전하는 순으로 움직이는 컨셉이었다.


바뀐 목차와 에피소드 위치에 따라 세부 페이지에서 원고를 이리저리 섞어 옮기기 시작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어느하나 통으로 날리기 딱 좋은 그런 작업이네' 싶어 원고1, 원고2, 원고3 ... 저장을 얼마나 해놨는지 모른다.




4-3. 서브 퀘스트의 등장


바뀐 목차에 따라 원고가 어느정도 정리되니 새로운 요소가 등장했다. '서브요소'와 '이미지 삽입'이라고 했다.


"나의 일상에 제목을 지어준다면?"을 직접 쓰실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서브요소는 독자가 참여해보는 파트였고 이미지 삽입은 책에 들어가는 그림요소 일체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림? 책을 냄에 있어 오로지 텍스트만 생각을 해봤을 뿐, 그건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파트마다 다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출판사에서는 그림 저작권을 또 신경써야하는 모양이었다. 저작권 무료 사진을 넣어준다는 것이 너무 이질적이게만 느껴져 직접 그리네 마네 토론을 하다 결국 그림을 넣지 않겠다고 했다.


책을 내는 것. 막연히 퇴고한 원고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작가 도전기였기에, 도전은 무모했고 모르기에 더 용감했고 그래서 배우는 게 많은 출간 과정이다.


"구성해본 자세한 내용이나 레이아웃은 PPT 파일에 넣어두었습니다. 어떤 느낌이 어울릴지 출판사에서도 생각하시는 컨셉 있으시면 제안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매 순간, 나는 새로운 숙제를 해결해 나가는 중이었다. 더이상 수정할 곳 없어보였던 완벽한 퇴고의 결과물. 그딴 건 없었다. 출판사와 계약 이후 나는 원고를 얼마나 많이 고치고 뒤엎었는지 모른다.


그제서야 글 원고가 차츰 책 원고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 미쓰노 * 미쓰노의 섬세한 일상리뷰 - 초보작가기록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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