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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승희 Oct 05. 2023

작가 입문 퀘스트 : 투고 37번째. 거절과 제안

여정에 대한 기록 2. 에세이 출간문의 메일을 보내다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가 본격적으로 연재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에 출간이 됐다.



출판사와 계약을 한지 두 달 만에 세상에 선보일 만큼 참 정신없이 흘러간 지난 시간이었다.


완벽하게 글 매듭을 짓고 교정교열을 보았다고 생각해 투고했던 원고는 출판사와의 계약 후에도 거듭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책이 되기 위해 다듬어져야 했다.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라는 책 제목을 짓고, 에피소드를 모으고, 원고의 분량을 채워나갈 때부터 출간을 한 지금까지,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책 쓰기를 희망하는, 작가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을 위해 출판에 관한 번외 스토리를 나눠보고자 한다.





2-1. 30곳의 출판사 메일을 모으다


한꺼번에 단체메일로 투고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나름의 규칙을 정했고 방식을 마련했다. 나는 일주일에 10곳 이하로 보낼 것 메일 내용에 출판사명을 명시해 단체메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할 것 거절이 와도, 연락이 없어도 아직 200곳에 명함을 돌린 게 아니니 상처받거나 조급해하지 않을 것 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첫 주에는 5곳, 다음 주에 다시 5곳, 그다음 주엔 10곳, 또 그다음 주엔 10곳. 이렇게 나누어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고 일주일 단위로 앞서 투고메일을 보낸 출판사들에게서 답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며 다음 투고메일을 준비했다.


메일을 보내놓고 기다리는 동안은 다시 이 모든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했을 시 또 다른 투고 메일을 보내기 위해 새로운 곳의 메일을 찾아 모아야 했다.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시에세이 부분으로 나와있는 출판사 이름을 검색해 투고메일, 출간문의 메일을 모았다. 내가 읽어본 적 있거나 들어본 적 있는 출판사의 경우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곧장 이메일이 확인되었고 처음 들어보는 곳의 경우엔 아무리 웹사이트를 뒤져도 이메일 확인이 안 되거나 독립출판, 자비출판의 장을 열어주는 두세 곳의 출판사가 나오곤 했다.


 





2-2. 거절메일과 한 번씩 섞여 오는 제안서


기획출판은 현재 출판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서들이 많아 어렵고 자비출판은 어떻겠냐 하는 제안이 몇몇 군데에서 오더라. 알아보니 자비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곳들이었다.


내가 보낸 출간기획서보다 더 방대한 양의 자료나 소개서, 제안서 등을 보내오곤 했는데 비용은 320~420만 원까지 다양했다.


책을 써보고 싶다 막연히 생각했을 땐 자비출판을 생각했다. 단순히 책이 나오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책을 쓰겠다 마음을 먹고 나니 자비 출판이 아닌 기획출판을 하는 것이 작가로서 인정받는 길이 아닐까 하는 도전의식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자비출판은 200곳의 출판사에게서 거절을 당한다면 그때 마음을 접고 해야 할 차선책이라고 마음을 정하고 있었다.


책을 내는 비용만 저만큼이었고 제안서엔 각종 홍보에 대한 부분이 있어 추가하면 추가하는 대로 돈이 계속 붙는 제안이 달콤하게 포장되어 쓰여있었다.


그러다 보면 또 함께할 수 없다, 방향이 맞지 않는다, 출판사가 역량이 부족해 담을 수 없다 등등의 거절 메일이 왔다. 아예 답이 없는 곳도 수두룩했지만 작가님, 검토해 보았습니다만, 하며 직접 거절메일을 써서 답을 보내주던 출판사들이 기억에 남는다.







2-3. 투고 거절이 네 무능함을 뜻하는 건 아니야


초반에 만들어 놓은 30군데의 출판사 메일 목록이 끝을 향해 갔고 다시 12곳의 출판사 메일을 더해 놓은 상태였다.


간문의 메일을 돌리는 중이라는 내 말에 다수의 책 작업을 하신 교수님은 '그거 하다 보면 참 자존감도 낮아지고 내 글이 이렇게 형편이 없나, 인정받을 수 없나,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없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데 그렇게 느낄 필요가 전혀 없어. 단지 출판사에서 보기에 돈이 안될 거 같으니까 그럴 뿐이야. 수차례 오는 거절을 네 무능함으로 여기지 마렴' 하는 조언을 해주셨다.


참 힘이 되는 말이었다. 30곳에서 거절을 당했지만 아직도 170곳에서 거절을 더 당해야 책을 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렇게 내 글의 진가를 알아보는 데가 없다고?' 하는 자기애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36곳의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그리고 37번째 출판사로부터 이제까지와는 다른 특이한 장문의 메일이 한 통 도착을 하게 됐다.



원고를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유쾌하면서도 삶, 사람, 감정, 등에 대한 성찰과 통찰이 엿보여 읽는 맛이 있습니다. 일상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일상에서 읽을 수 있는 메시지를 풀어낸 글이 흥미롭습니다.


인생을 퀘스트로 비유하신 점이 재미있습니다. 흥미로운 콘셉트입니다. 작가님만의 감성이 담뿍 들어간 글입니다. 이 좋은 콘셉트가 글에까지는 잘 녹아 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원고에도 보다 이런 콘셉트를 강화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하면 좋겠습니다.


기존에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가님이 쌓아오신 이미지를 더 잘 드러내줄 수 있는 콘셉트가 있는지 연구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저희 미다스북스 출판사와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으로 연구하여 원고를 보완한다면 독자층이 확대되고 시장성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2-4. 고민했던 부분을 모두 지적해 준 출판사


분명 이색적인 콘셉트고 재미있는 소재였지만 나 역시 단순히 일기장인가, 메시지를 잘 전하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은 부분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원고 수정을 거듭하곤 했다. 그래서 이 장문의 이메일에 쓰여 있는 말들에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반자비 출판이나 다름없는 말을 참 정성스럽고 거창하게 포장했지만 그 포장이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 정도의 꼼꼼함이라면 결국 반자비 출판의 다른 말이라고 해도 이 출판사와 계약해도 좋을 거 같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바로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투고메일을 보냈던 곳들에게서 연락이 조금 더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주말 동안 이 출판사가 보낸 메일을 보고 또 보며 내 글이 어디가 수정되어야 하는지, 방향을 다시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고민했다. 어느 정도 갈피가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책 쓰기를 위한 글쓰기가 무엇인지, 세상에 나오기 위해 글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가 여기에 쓰여있었다. 여기와 호흡을 맞춰야겠다! 하는 생각이 조금 더 강하게 굳혀지고 있었다.


주말을 지나 월요일 아침이 됐다. 9시가 아직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메일을 보냈던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언제든 궁금한 게 있으면 문의를 해달라는 문자였다. 궁금한 게 많긴 하지만 너무 아무것도 몰라 뭘 물어봐야 하는지도 모르는 작가도전자일 뿐이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빨리 책을 내고 싶은 마음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분명 배울 수 있는 첫 도전이었다. 


처음 연락을 할 땐 적극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손발을 맞추더라도 조금 더 의견을 많이 나누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전문가가 모인 곳이니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질문해야 하는 핵심은 모른 채 막연히 출판계약에 대한 질문을 몇 개 던지다 계약을 하기로 했다. 


조금 더 실속 있는 질문을 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얘기는 차차 해보자. 



[네이버 블로그] 미쓰노의 공방 * 섬세한 일상리뷰에서 투고에 대한 지난 기록 보기

https://blog.naver.com/6tmdgml6/223161539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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