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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nt kim Jan 13. 2024

마음 한 조각, 조각

나의 우울증이 심해지자 고양이들도 우울증에 걸렸다.

모두가 그렇게 살고,
나도 그렇게 산다

내 주변의 숱하게 많은 이들은 “모두가 그렇게 살고, 나도 그렇게 산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불행한 것이 결국 삶이라는 생각을 일찍이 하게 되었다. 이것이 어차피 살아내야 하는 삶이라면 불행조차 느끼지 않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고 감정을 느끼지 않는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신기하게도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무언가에 실망할 일도 적어졌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를 치면 외국어영역에서 항상 고질적으로 틀리는 문제가 바로 ‘이 글에서 화자의 심정이 어떠한가? 또는 이 글의 분위기가 어떠한가?’를 묻는 문제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문제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해석을 모두 해놓고도 정답을 맞히지 못하였고 답을 듣고 나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이 문제는 포기하고 가는 문제로 취급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상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나의 기분을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다.


병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진료를 받을 때마다 의사 선생님께서 나의 기분을 물어보셨다. 나는 항상 괜찮다고 말했다.

나의 동생이 말했다. “어떤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언니는 괜찮지 않아 보였는데 그 일의 결과가 나쁘지 않으면 자기는 괜찮다고 이야기하더라.”라고. 이 이야기를 의사 선생님께 전했더니 내가 감정을 잘 모르는 것 같으니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아이들이 다양한 감정을 배우기 위해서 하는 감정 일기 쓰기 같은 것도 좋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나는 내 감정을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감정을 안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결과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씀드리니 선생님께서는 감정을 알게 되면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니 한 번 시도해 보자고 하셨다.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돌보지 않으면 나중에 이것들이 신체에서 큰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엄마들이 병명도 없이 “아이고 머리야, 어깨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이다.




내가 우울증을 고쳐야하는 가장 큰 이유


뒤죽박죽 엉켜 버린 생각들을 나열하는 것, 그에 따른 내 마음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다. 사실 이미 망가져버린 것 같이 느껴지는 나를 돌보는 것 자체가 무슨 큰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해서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나의 우울증이 심해지자 고양이들이 우울증에 걸렸다. 그렇다면 내가 진짜로 괜찮아져야 나의 고양이들이 행복해지겠구나.




어딘가에는 있을지도 모를 나를 아끼는 따뜻한 존재들을 위해 부정적인 감정일지라도 피하지 않고 들여다보고 돌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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