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찾아나선다”
과거의 나는 우연을 배척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에는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철저하게 외면했음. 문제가 터져야만, 그걸 해결해줄 말글과 사람을 찾아나섰다.
예외없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예외없이 마지막 순간에 타협했음.
그러고는 몇주, 몇달이 지나고 ‘아, 한달 전의 내가 이걸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의 반복.
우연을 받아들인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매일 적게는 10분, 많게는 삽시간을 들여 “이것저것” 읽고 보고 듣고, “이곳저곳” 다니며,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났음.
그랬더니 기대도 안했던 일에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왔고, 매일의 만족감이 높아졌다.
그리고 돌아보니, 내가 겪은 big event의 대부분은 ‘우연의 복리’가 가져다준 것들이었다.
(xreal 들어가게 된 것, 여자친구를 만난 것, 병특을 시작하게 된 것)
현재의 필연적이고 논리적인 노력과
과거로부터 누적된 우연의 복리 효과가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쳐진 사람들은 절대로 넘볼 수 없는 나의 진짜 ‘시간적 해자’를 만들어주었음.
그렇게 깨달았다. “맹목은 독”이라는 것을!!
우연을 배척했던 이유는 “수단의 목적화 경계”를 위해서였다.
목적은 문제 해결이고, 수단은 좋은 말글과 사람인데. 수단을 목적화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인간의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생각했다.
문제도 없이 좋은 말글과 사람을 찾아나서는 것은 “수단의 목적화"였다.
근데?? 수단의 목적화를 의도적으로 행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래,
철학은 철학일 뿐.
극도로 맹목적일 필요는 없다.
되려 철학에 예외와 우연을 더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