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희빈작가 Oct 13. 2022

이제야 아이와 대화가 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아이와 마트에서 장을 봤다. 

저녁을 대신해서 초밥을 먹기로 했다. 

평소에는 아빠가 집에 없는 경우라면 새우 초밥 한 줄과 광어 초밥 한 줄을 사서 둘이 반반씩 나눠 먹는다. 

이날은 개별 초밥이 없어서 고기모양의 큰 접시에 담겨있는 모둠 초밥으로 골랐다. 

계산을 하고 다른 장본 짐들을 카트에 다시 실어 마트 주차장으로 갔다. 

카트의 맨 위에 초밥을 올려두었었다. 

아이가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 


“엄마 초밥은 내가 들게” 하며 초밥을 넣어두었던 봉투를 번쩍 들었다. 

“아.. 고은아 그렇게 들면 안 돼. 초밥 쏟아져. 눕혀서...” 


말을 끝내기 전에 벌써 아이는 봉투를 들었고, 초밥은 한쪽으로 쏠려서 이미 다 망가진 상태였다. 


“엄마 미안해...” 

“괜찮아, 고은이가 엄마 도와주려고 했는 걸” 


장 본 물건을 차에 옮기고 차를 탔는데, 아이가 이걸 어쩌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괜찮아. 우리가 늘 하는 말 있잖아.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 


그래도 아이는 괜찮지 않아 보였다. 

자기가 이것을 망가뜨렸다는 생각에 너무나 속상해 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줄까 고민을 하다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 쉐프님, 집에 가서 원래대로 예쁘게 만들어 주시겠습니까? 

이렇게 되는 바람에 만들기 좋아하는 고은이 초밥 만들기도 더욱 좋을 것 같은데? 

만들기 재료가 되어 버렸네? ” 


“하하하, 모야. 배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더니 결국은 예쁘게 먹기를 바라는 거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아이의 기분이 풀렸다. 

자기가 실수 때문에 망가진 초밥을 보고 속상해하는 대신에 집에 가서 예쁘게 만들어서 엄마에게 대접해 줄 생각에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일회용 장갑을 찾아든 아이는 원래 상태 그대로, 아니 원래보다 더욱 예쁘게 꾸며서 나에게 초밥을 대접했고, 우리는 맛있게 먹었다. 

이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이렇게 아이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서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평소의 나였으면 “아니 그걸 그렇게 들면 어떻게 해? 똑바로 들어야지.”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가지 않았을까? 엄마를 도와주려고 했던 아이의 마음은 없어지고, 자기도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화내는 엄마 목소리에 자기도 버럭 화를 내면서 울지는 않았을까? 그럼 또 뭘 잘했다고 우냐고, 어디 엄마한테 소리를 지르냐고 더 큰 소리를 내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대화는 당신이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라고 말했다. 

대화는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거나 타이핑을 배우는 것과 같다. 

만약 당신이 그것을 연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당신은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말도 배우는 것이다. 

더군다나 어려서 배운 적이 없다면, 우리의 부모님들이 우리들에게 썼던 말투를 우리 아이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그리고 연습을 해야 한다.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소용이 없다. 

실생활에서 그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책에서 배우고 익힌 말투들을 생활에 적용해보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해 보면 안다. 결과가 나온다.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쓰는 말투도 달라졌음을 느꼈었다. 

아이의 방이 계속 어지렵혀져 있는 것 같아 한마디 했다. 


“고은아 방정리 좀 해.” 

“내가 알아서 할게. 잔소리 좀 하지마.”


아이의 말투는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처음 말을 걸었던 나의 말투도 아이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빴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먼저 그런 말투를 쓰고 있으니 아이도 똑같이 대응하는 것이다.      

아이 방 어지르는 것에 대해서 엄마가 청소를 해 줄 수도 있겠지만, 이제 아이도 컸으니 아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쁜 말투로 바꿔서 아이에게 얘기했다. 


“고은아, 엄마가 너 방을 닦아주고 싶은데, 어질러져 있는 게 너무 많네. 

청소기 돌리고 방 닦아 줄 테니까 물건들 좀 치워줄래?” 

“응”


했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아이는 청소를 하지 않았다. 

이때 잘 참아야 한다. 


“엄마가 이것들 치우라고 했지? 자기 자리 정해서 놓으라고 몇 번을 말해? 며칠 전부터 얘기했는데 왜 아직도 안 했어? 똑바로 안 할래?” 

“맨날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는 거야?” 


예전에 나라면 분명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이의 말은 채 듣지도 않은채 내 하고 싶은 말만 마구 해 댔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정말 듣기 싫은 말투, 억양을 써 가면서 말이다. 

이번엔 잘 참았다. 

며칠이 지나고 아이 방을 들어가 봤는데 이미 싹 치워져 있었다.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해주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방을 싹 치워놨던데? 그래서 엄마가 청소기랑 걸레질했어”

“응? 그거 며칠 전에 한 건데 엄마 이제봤어?” 


나의 말투가 바뀌니 아이의 말투도 바뀌었다. 

아이가 잘못한 행동들에 대해 이미 짜증이 묻어나는 말투를 계속 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찍 알아차림에 감사하다. 

이제 상황에 대한 짜증이 아니라 필요에 대한 부분을 예쁜 말투로 대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움직이는 말투의 Tip

1. 짜증나고 화내지 않는 말투를 사용하자

2. 상황을 설명하고 필요한 내용을 이야기 하자.

고은아엄마가 너 방을 닦아주고 싶은데어질러져 있는 게 너무 많네청소기 돌리고 방 닦아 줄 테니까 물건들 좀 치워줄래?”                                         

매거진의 이전글 너 말투 엄청 이상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