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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야 Feb 09. 2022

네 용기를, 네 삶을 응원한다.

네 살의 아들, 그리고 열네 살의 아들


2012. 07. 제주


첫째와 둘째는 딱 두 살 터울이다.

둘째가 막 첫 돌이 지난 2012년 여름,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숙소로 귀가하려면 한참 남은 시각

첫째가 바지에 실례를 했는데 여벌 옷을 안 챙겨 갔다.

급한 대로 둘째 기저귀를 채웠는데 제 것마냥 꼭 맞는다.


돌쟁이 동생 기저귀 차고도 당당한 저 발걸음!

쭈쭈바 입에 문 채 남들 시선 따위 아랑곳 않는

멋지다, 네  인생.





십 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남의 이목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첫째는

검은 바지, 검은 패딩 물결 속에서

입고 싶은 옷을 입고, 하고 싶은 머리를 한다.


그런 아이 어젯밤 이런저런 고민으로 잠을 설쳤다.

"가 제일 못 그리면 어떻게 하죠?"

"처음엔 일부러 좀 못 그려 볼까요?"

"저 수학학원도 다닐까요?"


수학학원도 영어학원도 다녀본 적 없는 첫째가

오늘 마침내 입시 교육에 첫 발을 내디뎠다.

상기된 얼굴로 미술학원 문을 여는 아이의 꿈은 디자이너다.


동생 기저귀를 차고 입에 쭈쭈바를 문 채 당당히 걷던

네 살 꼬꼬마가 열네 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십 년 후 그는 어떤 모습일까?



아들아

네 용기를, 네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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