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기가 쭉쭉 빨릴 때도 있다. 하지만 고갈된 에너지를 다시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보람 있다. 수업 계획안 작성부터 자료 준비, 재료 소분, 실제 수업, 마무리까지. 긴장의 연속이지만 어느 것 하나 즐겁지 않은 일이 없다. "오늘 수업 재밌었어요."라는 아이들의 말에, "선생님 수업,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라는 담임선생님들의 말씀에, 입 안 가득 영양제를 털어 넣은 듯 힘이 난다.
마지막 차례인남자아이가 머뭇거렸다. "예쁜 것이 뭐가 있을까?"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어주긴 했지만 10여 초의 시간이 적막처럼 느껴졌다. 아이가 입을 뗐다.
"예쁜 것은... 음... 몰라요."
"그래. 그럼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생각나면 알려줄래?"
"네."
"예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선생님도 생각이 잘 안 나네. 아, 그거 있잖아!"
뒤돌아 칠판 쪽으로 향하던 내가 외쳤다.
궁금한 표정의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예쁜 것은?........ 선생니임~!"
내가, 내 얼굴에, 손으로 꽃받침을 만든 채 말했다.
"에이, 아닌데요!!!"
남자아이들이 외쳤다.
몇몇 여자아이들은 두 팔로 X자 모양을 만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끝말잇기 마지막 차례였던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다행이다.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져 있다.
참 재미없는 내가 아이들 앞에서는 이런 농담도 한다. 아이들과의 수업이 조금씩 편안해지는 것이리라.
"선생님, 선물이에요."
수업이 끝나고 다음 교실로 향하는 내게 두 아이가 다가왔다. 한 아이의 손에는 포스트잇이, 다른 아이의 손에는 흰 종이가 들려있다. 쉬는 시간, 친구들과 놀 시간을 아껴 적어준 글과 그림이 너무도 고맙다. 마흔일곱, 이 나이에 내가 어디 가서 예쁘단 소리를 듣겠는가. 남편과 아들들이 들으면 콧방귀 뀔 일이다. (후에 아들들에게 그림을 보여주었는데, 엄마를 공주로 그린 아이들 그림을보고는한참 비웃던 사춘기 아들들. 그 사이로 "그래도 뭐, 우리 엄마 정도면 괜찮아."라는 의외의 말이 흘러나왔다나 뭐라나~)
"선생님 제일 좋아하는 동물이 뭐에요?" 라는 물음에 '분홍돌고래'라 했더니 이렇게 예쁜 그림을 그려주었다.
온전히 우리 집 아이들에게 쏟던 사랑과 에너지를 이제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사춘기가 된 아들들을 조금씩 독립시키며 나 역시 나만의 방식으로 독립하고 있다. 매우즐겁게, 아주 예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