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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판 Oct 12. 2021

『쓰는 사람, 이은정』

최근 ‘『좋은생각』 같은 글’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글 정도면 누구나 쓸 수 있기에 의미 없는 글’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듯하다. 내 글을 가리켰던 말은 아니다. 글이든 뭐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쉽게 느껴지고, 평가는 가혹해진다. 최근에 기획 하나에 참여하는데 골머리를 썩이고 있으니 남의 일을 함부로 깎아내리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아무튼 이은정의 글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이 책 자체가 읽기 쉽고, 일상 속의 익숙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작에 비해 두드러진 특색이다. 요새는 이런 글을 읽는 경우도 드물어서 좋았다. 내 독서 전성기는 00년대였고, 이 시대를 관통하는 감성이 있다. 나는 그 시대의 감성을 공유하는 글을 읽으면 어김없이 약해진다. 그게 어떻게 생각하면 ‘『좋은생각』 같은 글’이다. 나는 이 궤도를 많이 벗어났지만 또 언젠가는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작가의 전작은 인간관계의 서늘함을 담은 소설집이었는데, 또 이렇게 따뜻한 글을 쓸 수 있다는 데에 뭉클했다.


작가를 풀어 쓰면 쓰는 사람이다. 그러니 책의 제목은 ‘작가, 이은정’이라는 말도 되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강한 포부가 느껴지는 제목이다. 그렇지만 내용은 전업 작가로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사실 작가 중에 전업 작가는 없다. 애초에 ‘쓰는 사람’이 직업이라고 한다니 우스개다. 어찌 됐든 쓰는 일은 그저 하는 것이지 돈벌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튼 작가로서 먹고 살아가려면 ‘『좋은생각』 같은 글’도 써야 한다. 이럴 때 말하는 ‘『좋은생각』 같은 글’은 어떤 견고함이 담겨 있다.


『쓰는 사람,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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