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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Apr 13. 2024

통장에 들어온 70만 원의 정체

휴직한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요가 기간이 거의 끝나가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3개월이냐 6개월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고민을 하는 바로 그 순간, 통장에 70만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입금자는 제가 다니는 초등학교. 월급날이 아닌데 무슨 일로 입금이 됐는지 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요가 주 3회 6개월 69만 원.


저는 그 돈을 감사히 요가 등록하는데 쓰기로 했습니다. 그래, 이건 요가 등록하라고 준 돈인가 보다. 기쁜 마음으로 등록을 마치고 나니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더 흘렀을 때, 옆반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번에 현장체험학습 모자는 개산급에서 쓰시면 돼요?"

"네? 개산급이요?"

"네, 통장에 입금 됐을 텐데."


개산급이란 단어를 처음 들어봤고, 우리 초등학교가 설마 계*초등학교여서 '계*급'인가 그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여하튼 분명한 것은 초등학교에서 넣어준 70만 원이 무려 '학급자치비'였다는 거였죠. (*개산급 : 지출 전 선지급하는 예산.)


"월급 통장에 입금되니까. 70만 원어치 쓰고 영수증만 모아놓으면 돼요."




교직생활 10년 차입니다만(육휴 3년 포함) 학급 자치비를 월급 통장으로 바로 받기는 처음입니다. 경기도, 서울, 인천에서 근무했고 담임교사와 전담교사를 왔다 갔다 했지만! 이런 제도가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학교에서 돈을 쓰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요. 먼저 품의를 올리고 개수와 단가를 정확히 올린 후에 결재가 끝나면 학교 카드로 온라인, 오프라인 몰에서 구입을 합니다. 매번 쓸 때마다 미리 계획도 세워야 하고 배송도 늦지 않게 받아야 하고 번거롭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월급 통장으로 입금이 되었나 봅니다? 하지만 미리 말이라도 해 주시지요. 복직 교사는 몰랐습니다. 어쩌면 알려줬는데 못 알아먹었는지도 모릅니다..




여하영수증만 챙기면 된다고 하니, 학급 자치비를 사용해 봅시다. 첫 구매는 현장체험학습용 모자입니다. 옆반 생님이 친절하게 알려주신 쿠팡에서 1+1으로 구매를 해봅니다.

아, 이렇게 그냥 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영수증을 제대로 챙겨야 할 텐데 한편으로 걱정도 좀 됩니다. 그렇게 무려 남편 아이디로 쿠팡에서 구매를 마칩니다.




예전에 원어민 담당이었을 때, 원어민이 한국 학교에서 돈 쓰기 전에 품의 올리는 걸 굉장히 번거로워했던 게 생각이 납니다. 영수증만 제대로 가져오면 되는 거 아니냐며 묻길래 아니다 우리는 절차가 필요하다. 말했던 것 같아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학급 자치비 사용이 실시되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너무 편해요~


그나저나 복직 첫 달에는 품의 창도, 서류 결재창도, 나이스도 새롭고 낯설기만 했답니다. 이제 4월이니 그래도 많이 적응했어요. 학년부장이니 업무포털이랑 많이 친해져야겠죠? 그래도 품의 창 열기 싫다는 개인적인 마음과 함께 이번글을 끝내봅니다.



*사진: UnsplashKenny Eli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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