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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두치 May 20. 2024

참으로 넓고 깊은 만데 음악의 세계

젬베콜라 시디키/냉이의 코트디부아르 귀국 기념 젬베 워크숍 후기

오늘 서아프리카 만데 음악 밴드 젬베콜라의 리더 시디키와 냉이님의 코트디부아르, 부르키나파소 귀국 기념 젬베 워크숍에 다녀왔다. 그들이 현지에서 약 한 달간 배운 리듬을 바탕으로, 총 3시간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리듬 세 가지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리듬은 약바Yagba로, 쿠쿠리듬의 원형? 같은 리듬이라고 했다. 쿠쿠리듬은 남부 기니와 북서부 코트디부아르에서 주로 여자들이 낚시를 마치고 돌아온 후에 어망으로 춤을 추며 연주되었다. 보름달이 뜨는 밤에 여러 종류의 축제에서도 연주되는 인기 있는 리듬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배운 리듬은 글라 Gla로 보섭/냉이님이 시아 선생님께 배워왔는데, 양봐(소리 들리는 대로 적은 이름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 주의) 부족 사람들의 리듬이라고 했다. 이 리듬은 역병이 돌 때 병을 물리쳐 주는 리듬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벡베Gbegbe라는 리듬으로 코트디부아르의 대표적인 리듬이었다. 벡베 리듬은 코트디부아르의 중부에 있는 Baoule 사람들로부터 전통이 유래되었는데, 의례와 축제 모두에 필수적인 리듬이라고 한다. 벡베 리듬을 연주하면서, 작년 12월에 코트디부아르 댄서인 무따르 코나테 선생님께 배웠던 자고로비 춤의 리듬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는데, 자고로비의 친척 같은 리듬이라고 한다.



워크샵에서 헤매는 중..jpg


세 가지 리듬을 배우며 오늘 귀가 얼얼할 정도로 젬베에 파묻히는 시간을 보내고 온 것 같다. (뇌가 젬베에 두드려 맞은 느낌이 이런 느낌인가......ㅎ) 세 리듬 다 처음부터 끝까지 잘 치지 못하고 겨우 따라갔다. (사실 거의 따라가지 못함) 특히 글라 리듬은 아예 리듬 파악이 안 될 정도로 너무너무 어려웠다. 보섭님이 리듬을 쪼개서 조금씩 알려주시니 하나도 안 들리던 리듬이 겨우 아주 조금 이해가 됐지만, 글라 리듬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태어나 난생 처음 듣는 리듬이었다.


처음 워크숍을 시작할 땐 둔둔 삼 형제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리듬의 흐름이 너~~~~~무 좋아서 환호성이 나왔다. 두 번째 리듬부터는 멘붕이 시작됐는데, 중간에 약간 젬베가 싫어질 정도로(?) 토 나오는 구간이 있었다. 그러다 결국 이 모든 고난의 과정을 받아들이고 다시 즐거워지며 워크숍이 끝났다. 리듬 하나하나를 잘게 잘라서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도 필요했지만, 어려울수록 전체적인 리듬의 흐름을 몸으로 따라가며 익히는 것도 필요했던 것 같다.



코라 치는 중. jpg


나는 요즘 서아프리카 전통 악기 중 하나인 코라를 배우며 만뎅 음악 세계를 만나고 있다. 만뎅음악 세계는 내게 여러 가지 당혹스러움을 안겨준다. 코라를 배우며, 만뎅 음악의 멜로디 세계를 파악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 구조가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그런 당혹스러움을 깨어줄 너무나 중요한 가르침들을 얻은 것 같아서, 시디키님께 정말 감사했다.


만뎅음악은 내 안에 익숙한 서구화된 (근대의) 음악 형식을 완전히 깨부숴주는 것 같다. 코라와 둔둔을 배우며, 내 안에 완전히 새로운 음악 세계가 쌓여가는 기분이다. 특히 만뎅 문화를 공유하는 사회 안에서 음악은 그 위치나 역할의 폭이 넓고 깊다고 느껴진다.


만뎅 음악 중 멜로디 음악은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는지 더 파악이 필요하겠지만, 내가 오늘 파악한 만뎅 리듬 음악의 체계는 횡단으로 시그널-브레이크/어콩파냐몽(소리 나는 대로 받아 적은 거라 정확하지 않음. 이름이 마치 도라에몽 친구 같군ㅋ)/쇼페 등이 있고, 종단으로는 어꽁파냐몽(반주) 위에 프레이즈가 있다.


내가 코라를 배울 때 마주했던 당혹스러움은, 만뎅 멜로디의 세계에는 리듬 만뎅 음악에 있는 1. 시그널이 없고(리듬 만뎅 음악도 집안마다 브레이크가 다른 것처럼? 아마도 처음 시작은 연주자마다 정해두는 오프닝 멜로디가 있는 게 아닐까 추정) 2. 쇼페가 없는 것 같고(정확하지 않음) 3. 브레이크도 없는 것 같고(정확하지 않음) 4. 어콩파냐몽만이 있다는 것과 5. 어콩파냐몽의 프레이즈를 따기가 어려운 것이다. ㅋ (멜로디 음악의 구조가 리듬 음악의 구조와 다를 수 있겠지만, 주로 코라는 2인 이상이 함께 연주되고 한 명이 어콩파냐몽, 다른 한 명이 프레이즈를 치는 구조인 것 같지만 이것도 지역과 부족과 음악의 목적 등에 따라 다름.)


지금 내 코라 선생님인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아미두도 프레이즈를 그때그때 너무 다 다르게, 심지어 빨리 쳐버려서, 그 멜로디를 도저히 딸 수가 없다. 아미두가 연주하는 것을 보면서, '아~ 이런 부분이 다 재즈의 원형이 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러면 결국 반주만 따게 되는 것인데, 반주만 배우면 하나의 곡을 다 배운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다른 음원이나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며 프레이즈를 따려고 하는데 같은 곡이어도 프레이즈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 가장 큰 문제는 프레이즈는 그렇다 쳐도, 어콩파냐몽도 다 다른 것. 매번 만뎅 멜로디 음악 세계를 만날 때 정말 당혹스러운 부분이다. (허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무엇을 듣고 파악해야 하는 것인가 가늠이 안된다. 곡의 정체성 자체가 아예 파악이 안 되니 많이 헤매게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오늘 시디키님께 리듬을 배우며, 리듬 만뎅 음악의 경우에는 (지역차가 있지만) 둔둔이 해당 리듬의 정체성이 되고, (연주의 장소나 목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젬베가 즉흥으로 프레이즈를 하는데, 프레이즈 패턴의 경우는 결국 춤이 중요하다고 했다. 춤을 보며 리듬이 들어가야 할 때와 쉴 때 등을 익힐 수 있다고 했다.


시디키의 설명을 들으니, 멜로디 음악 체계도 전체적인 구조를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고 같은 곡이어도 일단 어콩파냐몽을 중심으로 다양한 음원을 듣고, 이후에 프레이즈를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상황에서 배우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당연히 하나의 곡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패턴을 익히기 위해서는 음계? 음악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의 서아프리카 여행도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나아가야 할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춤이 중요하다는 시디키님 이야기를 들으며, 어제 읽었던 '춤을 통한 의례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한 글이 생각났다. 사람들이 춤을 통해서 의례를 하는 이유는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곰과 싸우기 위해 사람들이 곰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얻게 해달라고 신에게 빌기보다, 춤을 통해 직접 곰이 되어 곰의 힘을 체화한다. 서아프리카 각 지역과 부족/종교에 따라 춤과 음악이 각기 다른 위치에 있거나, 다른 기능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 젬베 리듬을 배운다고 하는 것은 '젬베 리듬'만 배우는 게 결코 될 수 없는 것 같다.


춤의 의례가 담고 있는 사회적 역할과 의미, 그 춤을 담고 있는 음악 (리듬과 악기), 그것들이 모여 사람들에게 전하는 에너지와 메시지가 모두 하나로 이어져있다. 그러므로 내가 코라나 둔둔을 배운다는 것은 코라나 둔둔 그 자체만을 배운다고 보기 어렵다. 코라나 둔둔을 통해 익히는 리듬이나 멜로디는 그 음악과 연결되어 있는 춤, 그 춤이 담는 메시지, 그 메시지가 필요한 사람들의 삶 등으로 연결되어 만데 문화 전체로 이어지는 관문인 것이다.



아.... 너무나 어렵고 복잡하지만 아름다운 만뎅 음악의 세계여...jpg


오늘 젬베 워크숍을 통해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하나의 리듬을 같이 합주하고 있을지라도 각자가 그 리듬을 어떤 패턴으로 쪼개고 익히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리듬처럼 익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나는 리듬 공부를 안 해서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둔둔 리듬을 6, 젬베 리듬을 4로 익혔다면 누군가는 아예 다르게 리듬을 익힐 수 있다는 것.


각자 리듬을 익히는 언어가 다를지라도, 결국 모이면 하나의 리듬으로 합주되는 것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과연 젬베가 '모두가 평화롭게 모이자'라는 뜻을 지닌, 평화를 상징하는 악기인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과연 만뎅 음악의 매력이 아닝가봉가!


아무튼 이~~~~~~~~~~~~~~토록 복잡하고 깊고 넓고 어렵지만 아름다운 만뎅 음악을 해온 사람들이 존경스럽고, 커다랗게 보였던 하루! 참 많이 배웠다! 즐거웠다. 너~~~~~~~무너무 감사했다!! 시디키님! 냉이님! 증말증말 존경합니다!!!! 사랑해요 젬베콜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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