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최고 의사결정이자, 시장과의 대화
가격은 경쟁전략이며 최고의 마케팅 오퍼이다. 차별화와 원가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시장에서 쓸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전략은 가격이다. 제품이나 광고보다 가격은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낸다. 가성비의 법칙을 무너뜨리는 순간, 수요는 폭발한다. 한 식품 스타트업은 ‘무설탕 초콜릿’이라는 틈새 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제품대비 단맛은 유지하되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그 결과, 건강과 가격 합리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6개월 만에 온라인 매출이 8배 증가했다.
이처럼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시장의 지각을 흔드는 무기다. 하지만 원가경쟁력 없이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는 것은 ‘할인’이 아니라 ‘출혈’이다. 일시적으로 역마진(판매가<원가)을 감내하며 고객 락인(lock-in)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충분한 자금력과 확신에 찬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차별화나 팬덤없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만으로 과도하게 고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과한 욕심이다.
가격은 숫자가 아니라 메시지다. 가격표 하나에 기업의 전략, 원가 구조, 브랜드 철학이 모두 녹아 있다. 그것은 시장과의 첫 번째 대화이자, 가장 직접적인 경쟁의 언어다. 가격은 고객에게 “이 제품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설득하는 동시에 경쟁사에게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선언한다. 그래서 프라이싱은 전략의 시작이면서 전술의 최고봉이다.
가격은 싸게 파는 기술이 아니라, 이익을 남기며 시장을 설계하는 기술이다
가격 경쟁의 본질은 단순히 ‘얼마에 파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가격을 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시장에는 두 부류가 있다. 가격을 만드는 자(Price Setter)와,그 가격을 따라가는 자(Price Follower)다. 결정권은 결국 차별화에 기인한 브랜드의 힘과 팬덤에서 나온다. 브랜드가 강하면 소비자는 ‘그 브랜드니까’ 구매한다. 다이슨이 청소기를 100만 원에 팔 수 있는 이유, 애플이 보급형 시장을 버리고도 성장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에 원가경쟁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가격인하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달콤한 독약과 같다. 한 생활용품 제조기업은 경쟁사보다 500원 낮은 가격으로 출시하며 점유율을 올렸지만, 3개월 뒤 경쟁사가 다시 300원 더 낮추자 순식간에 판매가 무너졌다. 소비자는 제품의 가치를 잊고 ‘누가 더 싸게 파는가’만 기억했다. 가격결정권은 결국 원가경쟁력과 브랜드 충성도 위에서만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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