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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Feb 26. 2024

정몽규와 클린스만, 이강인과 손흥민

무책임한 회장은 침묵하고, 무능한 감독은 웃고, 그리고 주장은 울었다

최근 아시안컵에서 발생한 국가대표 축구팀의 내분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크게 세 가지 관점이다.  발단은 ‘해줘’ 축구로 불리는 클린스만 감독의 전략 부재 논란이다.  또 하나는 주장 손흥민 선수에게 대들었다는 이강인 선수의 인성 논란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차를 무시한 채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고, 축구협회에 대한 비난 무마용으로 선수들의 분란을 악용했다고 의심받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에 대한 실망이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네 사람 각자의 입장이 존재하겠지만 팩트는 한 가지일 것이다.  최고 경영자의 독선에 의해 공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선임된 팀의 리더가 전략이 없었고, 구성원들의 팀워크는 사분오열되어 실적이 주주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것이다.  역대 최고의 선수로 구성된 팀은 졸전을 펼치고 4강전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유효슈팅 '0'을 기록하며 패배했다.  팀의 전략도, 유기적 팀워크도 없었고 오로지 개인만 있었다. 




최고 경영자의 핵심 성공요인은 비전 제시, 전략적 선택, 사람 경영이다.  리더는 전략적 선택의 기준이 되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4강, 2024년 아시안컵 우승’ 등과 같은 중장기 비전과 단기 과정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비전과 목표수립 단계에서는 구성원들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과제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여, 열망을 높은 수준의 에너지로 끌어내야 한다.  전략은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다.  전략의 선택 단계에서는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분석해 시간과 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평판과 실적을 점검하고 대화를 통해 장단점을 파악한 후 사람을 중용해야 한다.  최고 경영자의 오만에 의해 또는 사익을 위해 자원을 배분한다는 것은 70%의 ‘전략’을 포기하고 30%의 ‘운’에 기대는 것이다.  


타성에 젖어 건조하게 계속 잘해야 한다고 한 것은 아닌지, 막연한 기대와 사적인 욕심에 의해 감독을 선임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중장기 비전과 단기 목표가 있었는지, 구성원들의 가슴을 뛰게 할 정도로 효과적으로 공유하였는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원에 대한 선택과 집중 기준은 과학적이었는지 정몽규 회장은 답해야 한다.  실행 과정은 중간 관리자의 책임이지만 최종 결과는 최고 경영자가 공과를 안고 가야 한다.  비겁한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구성원들의 다양성은 팀 시너지의 크기를 좌우하는 요소다.  해외파와 국내파, 신예와 선임, 오른발 잡이와 왼발 잡이 그리고 양발 잡이, 헤더와 키커, 침착성과 과감성 등 구성원들의 다양성은 조화로운 팀워크를 통해 시너지를 만들며 경쟁 상황에 따른 팀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장시킨다.  다만 다양성 보너스는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을 알아보는 팀 리더의 전략과 굳건한 팀워크 위에서만 발휘된다.  리더의 전략은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지피지기’가 중요하다.  상대의 전략인 다양성 조합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 구성원의 특성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필승의 전략이 나온다.  우승 후보인 우리는 모든 팀의 경계 대상이다.  상대는 우리를 철저히 분석하여 전략적 대응 옵션을 마련했다.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우리의 다양성 조합을 분석한 것이다.  


과신과 타성에 젖어 상대팀 분석도, 우리 팀 특성 파악도 게을리하지는 않았는지 클린스만 감독은 반성해야 한다.  선수들의 갈등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해결하는 것도 팀워크를 책임지는 리더의 몫이다.  다양성을 극대화하는 전략과 팀워크를 소홀히 하고 스타플레이어에 기대는 것은 전략과 팀워크의 부재 상황이다.  무능력한 리더는 독이다.  특히 자신은 유능하다고 인식하지만 사람들은 무능력하다고 판단하는 리더는 맹독이다.  독은 빨리 없애야 한다.  매몰비용 때문에 미룰 수는 없다.  잘했다!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수평적 관계 인식 속에서 상호 존중에 기반한 적극적 소통을 해야 한다.  ‘내가 더 잘하고, 내가 골을 더 넣을 수 있고, 내가 팀의 승리에 더 기여할 수 있다’고 이강인 선수가 생각하는 순간부터 막내 이강인, 팀원 이강인, 미드필더 이강은 사라지고 스타플레이어 이강인만 남는다.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선수들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면 메타인지 역량은 비활성화된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이강인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팀원들과 대화한다.  주장 손흥민과의 대화에서처럼 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면 화를 주체할 수가 없다.  성공을 팀의 덕으로 돌리는 겸손함이 있어야 성공을 지속할 수 있다.  언론과 팬들이 만들어내는 스타플레이어 이강인의 이미지에 집중하기보다는 자기 내면의 이강인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기나 자신의 골도 팀의 승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팀워크는 포지션과 세트플레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상호 존중의 기술이다.  대화를 통한 소통의 기술이고 서로 공감하는 관계의 기술이다.

성공은 지속하기 힘들고 대중은 변덕쟁이다.  위대한 팀이 있어야 위대한 선수가 있다.  이강인 선수는 주장 손흥민 선수와 같은 성숙함을 배워야 한다.  성공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성장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야 한다.  좌절과 실패도, 조언과 충고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함을 길러야 한다.  메타인지를 활성화하여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팀원을 존중하고, 대화하면서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  우리도 비난보다는 조언을 통해 이강인 선수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이강인 선수를 다시 한번 ‘팀 코리아’의 일원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이자! 






인터뷰에서 보면 스타플레이어로서, 주장으로서 손흥민 선수는 ‘차이’가 아닌 ‘다양성’이라는 용광로에 구성원들을 하나로 녹여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강인 선수와의 분란은 주장 손흥민 선수 개인에게도 더욱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손흥민 선수는 이강인 선수의 런던 사과를 받고 그 상황이 다시 재현되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화를 초기 대립 단계에서 교류 및 공유 단계로 끌고 가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의견이 대립되는 단계에서는 선택적인 범위에서만 ‘말’로 표현된 상대방과 나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 역량을 활성화해야 한다.  대립의 단계에서 메타인지 역량을 활성화하지 못하면 자신의 생각을 과대평가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된다.  상대의 생각이 잘못되었고 내 생각이 맞다는 상태에서 대화는 사라지고 감정이 표출된다.  이때 주장과 구성원 등 상하위계에 대한 인식도 활성화된다.  메타인지 능력이 미성숙한 스타플레이어이자 팀원 이강인 선수와 감정이 충돌한다.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낀 두 사람은 언성이 높아지고 물리적 폭력까지 불사한다.     


사람 간의 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하지만 인내심과 기술이 필요하다.  리더는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외로운 긴장이 지속된다.  긴장은 부정적 감정으로 쉽게 표출될 수 있다.  끈기 있게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항상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이강인 선수처럼 튀는 사람들과는 소통이 될 수 있도록 대화를 꾸준히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립 과정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교류와 공유의 과정을 거쳐 공통된 인식과 행동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화를 냈다면 빨리 화해해야 한다.  하루의 시간은 너무 짧았던 것 같다.

  


* 팀 소니! 즐거웠습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아시안컵의 실패를 계기로 더욱 발전하는 축구 행정, 비전과 전략을 가진 책임있는 리더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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