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인구 Mar 01. 2022

병수발은 어렵잖다... 치매수발은 감정에너지를 고갈시켜

[숙기씨와 이별여행] 특별한 코로나 이상증상 없이 4일째...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한 어머니와 동반 자가격리 4일째다. 검사일 기준으로는 5일째. 어머니는 평상시와 비슷한 약간의 기침 말고는 이상증상이 없다. 


질병관리청에서 보내준 재택치료자용 건강관리세트에 들어있는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검사기로 오전 오후로 어머니 체온과 산소포화도 검사를 해서 재택치료 앱에 기입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 한번 정도 어머니 관리담당 병원 관계자가 전화를 해서 상태를 물어본다. 모두 정상이다.

토요일, 본격적인 동반 자가격리 첫날. 나는 어머니와의 생활 속에 내가 코로나 전염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주변의 경험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밀접 보살핌이 필요한 동거가족이 감염되면 보호자는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100퍼센트라고 했다. 결국 순차적으로 확진 판정 받으면 격리기간만 길어지기에 차라리 보살핌이 필요한 가족의 격리기간 동안에 같이 확진 격리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을 들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스크를 벗고, 어머니와 같이 식사를 했다. 어머니 혼자 식사하게 하고 어머니 식기만 별도로 구분해 소독하라는 방역지침은 현실적이지 못해 무시했다. 그냥 평상시와 같이 생활하기로 했다. 일단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니 많은 것이 편해졌다. 어머니를 강제하는 말도 많이 없어졌다.


3일 동안 어머니는 코로나로 인한 증세가 하나도 없었다. 밤에 기침도 거의 없었다. 열도 없다. 나도 별 이상 없다. 인후부 통증은 없고 가끔 칼칼한 느낌이 들면 목감기 시럽을 먹으면 증상이 사라졌다. 어머니 확진이 혹시 오진 아닌가. 이렇게 해도 내게 전염되지 않는다면 나는 오진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오늘 저녁에는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보려고 한다. 차라리 양성이 나오기를 바란다.   

3일 동안 하루 종일 어머니와 보내며 어머니의 행동패턴을 이해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어머니와의 시간은 나에게 엄청난 감정소비를 요구했다. 거의 10분전 상황도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식사를 하고도 기억 못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밥을 해주겠다며 끝없이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한다. 자식을 챙기려는 마음인 줄 알지만 이게 몇차례 반복되면 거칠게 어머니를 혼내게 된다. 그러지 말아야지, 이게 그 병인데, 하면서도 매번 반복될 때는 내 스스로의 모습에 더 화가 난다.


주간보호센터 공간만큼 집이 넓지 못하니 계속 움직여야 하는 어머니가 집안에서 답답해 한다.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못 나간다고 하면 화를 낸다. 이렇게 아픈 데도 없고, 기침도 안하는데 왜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느냐고. 이때도 어쩔 수 없이 격한 내 목소리로 상황을 끝낼 수 밖에 없다. 


코로나 재택치료 안내문에 보니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고 목욕을 하는게 좋다고 했다. 목욕 시켜드리기로 했다. 따뜻한 물로 머리 감기고 몸을 데우고, 이태리타올에 비누를 묻혀 몸을 빡빡 밀어드리니 시원해 했다. 


5년전, 어머니 치매 발병 사실을 알고 내 집 가까운 곳에 별도로 집을 얻어 어머니를 모시고 난 후 여러 어려움 중의 하나가 어머니 목욕이었다. 여탕에 모시고 가서 추가로 돈을 더 내고 케어를 부탁해도 책임 문제 때문에 거절했다. 그러다 결국 내가 집에서 목욕시키기로.


어머니도 나도 쑥스럽고 어색했다. 그러다 몇 번 하다 보니 서로 익숙해졌다. 어머니도 이젠 내가 목욕하자고 하면 별 거부감 없이 옷을 벗고 목욕탕에 들어오셔서 내가 뿌리는 물의 흐름에 따라 몸 여러 곳을 닦는다. 


초저녁 잠든 어머니는 늦은 밤까지는 별 기척 없다. 그러다 새벽 한 두 시부터는 자주 깨서 화장실을 간다. 첫날인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어머니 기척 소리에 나도 잠을 깼다. 그러다 어제 일요일 저녁에는 아무런 낌새도 못채고 잤다. 자다가 방안이 환해 벌써 날이 이렇게 밝았나 생각하며 깨서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어머니가 중간에 방에 들어와 불을 켜놓고 갔는데도 몰랐던 것이다.


하루 삼시세끼를 모두 밥을 해서 상을 차리니 시간이 잘 간다. 밥하고 먹고 설거지 하고 돌아서면 또 점심 저녁 차릴 시간이 돌아온다. 찬거리 메인메뉴 걱정은 별로 없다. 나는 배달앱으로 주문해 먹는 것은 해보지 않아 아내가 준비해 준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고기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세끼 모두 고기를 내놓는다. 불고기, 삼겹살, 갈비살을 번갈아 하고, 밑반찬은 한끼용만 덜어서 접시에 놓는다. 밥은 가능한 매끼 마다 하려고 하다, 그냥 아침에 하루치 밥을 다 하기로 했다. 친구가 마케팅하고 있는 '벼꽃향미' 쌀로 밥을 하니 어머니가 밥냄새를 아주 좋아한다.


이 글을 쓰면서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했다. 양성을 바랬지만 결과를 보니 음성. 아니 이렇게 해도 감염되지 않을 정도면 어머니 확진이 오진이던가, 코로나에 대한 대응이 너무 과민했던 것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만약 어머니 확진이 맞다고 한다면 85세된 당뇨와 고혈압, 치매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이 이 정도로 앓고 지나가는데 왜 그리 호들갑 떨어 수많은 사람에게 피눈물 나게 했을까, 의심이 든다.


이제 어머니 케어를 위한 동반 자가격리 4일째인 월요일 오후가 저물어 가고있다. 이젠 위험한 시기는 넘겼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풀어진다. 이런 상황도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다만 나의 신체활동이 부족한데 세끼 꼬박 챙기니 몸이 둔해지는 느낌이다. 집에서 스트레칭이라도 해볼까 생각했지만 귀찮아 그냥 넷플릭스로 영화만 본다. 극적인 것을 바라지도 않았지만 너무 무미건조하게 이 상황이 지나가니 괜한 불평을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가 확진된 어머니와의 동반 자가격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