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인구 Mar 04. 2022

결국 나도 양성... 그리고 들려온 친구 아버님 부음

[숙기씨와 이별여행] 긴장감 풀린 탓 코로나 증상이 심해

결국, 양성이다. 어제 어머니 자가격리 해제후 주간보호센터에 보내드리고 나서 잠을 잤다. 지난 6일 동안 동반격리의 긴장감이 풀어졌는지 깊이 잠들었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 깼다. 그런데 대답을 하려는 순간 목소리가 깊이 잠기며 갈라졌다. 아...


3일전 어머니 자가격리 해제 하루를 앞두고 자가진단을 했다. 양성인지 음성인지 애매했다. 그런데 약간의 코감기 기운이 있고 목도 좀 칼칼한 것 같았다. 유전자 증폭검사를 하는게 좋을 듯 싶었다. 그런데 검사를 위해 남양주시 보건소 검진센터에 가서 수백미터 늘어선 줄을 보고는 그냥 돌아섰다.


어머니의 경우를 보나 당국의 지침을 보나 확진판정을 받더라도 나와 이웃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자가격리후 치료만 잘한다면. 어차피 난 어머니 자가격리 해제후 하루나 이틀 정도 더 나의 상황을 지켜보고 자가진단 테스틀 하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친구 전화를 끊고 바로 자가진단을 했다. 양성이다. 그래 양성이 안 나오면 오히려 이상한거지. 확진자와 6일 동안 같이 생활하며 밥먹고 이야기 했는데...


어제 오후들어서부터는 몸이 급격히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기침도 나고 가래도 생겼다. 아내에게 급하게 내게 필요한 약을 주문해서 전달 받았다. 나는 알러지성 비염이 있어 평상시에도 한번 감기에 걸리면 10여일 아주 호되게 앓는다. 눈물, 콧물, 심한 기침에 몸살까지. 그래서 난 늘 다니는 이비인후과에서 항생제와 항알러지제를 포함한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에서 이렇게 앓으면 문제가 달리 보일 수 있다. 일단 내가 병원을 가서 처방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어머니 간호격리기간 동안에 나도 미리 선제적으로 기침, 코감기 약을 먹었다. 그럼에도 감기, 즉 코로나에 걸렸다. 이젠 내 몸의 힘과 간단한 약국 약으로 이겨내야 한다.


약을 먹고 계속 따뜻한 물을 마시며 잠을 잤다. 옷을 두툼하게 입고 난방 온도를 올려놓으니 땀이 많이 났다. 좀 센 약을 먹어서 그런지 정신도 기력도 좀 없다. 85세 어머니는 아무 탈없이 지나갔는데, 젊은 내가 이 무슨 꼴이람...


정신력이 병에 대한 저항성과 깊은 관련이 있을 수 있겠다. 지난 6일 동안 내심 긴장했을 것이고, 어머니를 주간보호센터에 보냄으로써 그 긴장감이 풀어졌을 것이다. 


어머니는 이른 저녁 시간 집에 돌아오셨다. 즐거운 표정이다. 난 저녁을 먹기 전이라 어머니도 같이 먹자고 했다. 먹고 왔다고 싫다며, 본인이 밥 차려 주겠다고 냉장고를 연다. 아이고 됐습니다.


나는 약을 먹기 위해서라도 저녁을 든든히 먹어야 했다. 그런데 나만을 위한 밥상은 정성껏 차리기 힘들었다. 그냥 밥과 아내가 만들어 가져다 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채볶음, 조미김으로 대충 떼웠다. 그리고 바로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리는 편하지 않았다. 몸에 열은 없고 기침도 거의 없었지만 면역력 보강을위해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옷을 많이 입고 이불을 덮었더니 땀나고 답답했다. 자주 깨다 잠들다 하면서 새벽을 맞았다.


누운 채 핸폰으로 어머니방 CCTV를 보았다. 어머니도 잠에서 깨 침대에 누운 채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내가 있는 동안 어머니가 주간보호센터에 가기 전 아침밥을 챙겨드리고 싶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며 목소리를 점검해 보았다. 아, 아, 음, 음.


아직 약간 잠기는 기분은 좀 남아 있었지만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가래는 없어졌다. 기침도 없다. 다만 코 안쪽이 좀 열감이 있고 약한 불이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오늘만 잘 조리하면 다 나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어머니 아침밥을 차린다. 고기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아내가 사다 준 냉동언양불고기를 후라이팬에 올려 놓고 약불로 녹인다. 그 사이 반찬을 접시에 담고 밥을 푼다. 어머니는 전날 이른 저녁 이후 아무런 간식도 드시지 않았기에 공복이라 역시 잘 드신다. 이렇게 잘 드시는데 평상시 아침을 못 먹고 주간보호센터에 가시면 얼마나 허기질까. 물론 센터에 가자마자 8시반쯤 간단한 식사를 하시긴 하지만.


이런 생각하면 내가 힘들어 못 견딘다. 이런 건 그저 외면해야 한다. 일부러 아침 안 먹기도 하는데. 15시간 공복후 8시반에 하는 간단한 아침식사가 오히려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머니가 이렇게 건강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어머니가 집에서 아침식사 못하시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 안된다. '의도적 외면'은 내가 경증치매 어머니를 독립적으로 모시는 방법으로 깨달은 정신적 태도 중 하나다.


어머니가 식사를 마치고 양치질 하는 동안 나는 설거지를 하고 마무리 한다. 주간보호센터 차를 기다린다. 그러다 어머니가 갑자기, 내가 너 아침밥 차려 주어야 하는데, 하시며 다시 냉장고 문을 연다. 어머니, 저랑 밥 먹었잖아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엄마.


주간보호센터 차량이 왔다. 어머니가 떠났다. 이제 나 혼자만의 시간이다. 물을 끓여 보온병에 담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혼자 있으면서도 마스크를 쓴다. 코와 입의 습도 유지를 위해. 전체적으로 힘은 좀 없지만 몸 상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내의 친구이자 유키를 우리가족이 되게 해준 '플레이애니멍' 여주인의 아버님이 코로나로 입원하셨다가 어제 유명을 달리하셨다고 연락이 왔다. 지인의 죽음은 통계 숫자의 1이 아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어머니의 무사 완쾌에 누군가에 대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감사한다.

작가의 이전글 7일 자가격리 후 첫 통원...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