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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산책 Jul 22. 2020

수박빙수 만들 수 있을까?

여름에는 빙수

아파트 단지 근처 자주 가는 빵 가게에 출입문 옆 쇼윈도우에 팥빙수 그림  아이의 얼굴과 함께 귀여운 글씨체로 "아빠 딸기 빙수 사주세요" 이렇게 써 있다. 마침 빵을 사러 들어갔다가 막 포장 주문 배달을 준비중인 빙수가 만들어지는 것을 멀리서도 어떻게 알아봤는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묻는다.

"저건 뭐야? 저게 혹시 망고빙수야"

" 엥 너 망고빙수가 뭔지 알아? 사준 기억이 없는데"

"유치원에서 주말에 뭐 했는지 이야기 하는데 주은이가 망고빙수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했어?"

"빵이나 커피파는 가게에 엄마하고 가서 사먹었다고 했어"

"그럼 혹시 너 빵이 먹고 싶은게 아니라 여기 오면 망고빙수 막을수 있을거라고 혹시 생각했어?"

"하하 응.. 나 망고빙수 먹고 싶어. 나 망고 엄청 좋아해"



"망고 빙수 하나 주세요"

" 죄송한데 저희 망고빙수는 지금 재료가 떨어져서"

"아... 망고빙수말고 그럼 지금 포장가능한거는 뭐 있나요?"

"망고빼고는 다 가능해요. 오리지널도 되고 딸기도 인기 좋아요"


"망고는 재료가 떨어져서 안된다고 하네. 그럼 딸기 어때?"

"딸기 좋아. 빨리 집에가서 엄마랑 같이 먹자"


"딸기빙수 사왔어. 같이 먹자"

"빵 사러 나간거 아니었어?"

"그러니까. 빵 대신 빙수네"

"딸기네.. 비싸겠는데"

"하나 더 사올것을 그랬나. 같이 먹기는 부족하나?"

"둘이서 먹어. 나  빙수 안 좋아해"

"같이 먹어"

"다음에 먹을께. 둘이 먹어"






그렇게 빙수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국민학교 때 학교 앞에서 팔던 팥빙수가 생각났다. 커다란 철로 된 기계에서 아저씨 핸들을 돌리면 반짝반짝 얼음이 투명한 유리그릇위에 가루처럼 내려 앉았다. 그러면 그 위에 팥을 얹고 시럽을 뿌려서 우유를 담아서 내주었다. 떡볶이 가게는 여름이면 빨간천에 파란색 글씨로 한문으로 冰 이라는 표시를 해 두고 하교길 아이들을 유혹했다. 그리고 어느날 배탈이 심하게 났다. 길에서 빙수 먹고 다니지 말라고 하는 말을 듣지 않아 배탈이 난 것이다. 그렇게 길거리 빙수가게 대신 엄마는 집에서 팥빙수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마트에서 작은 팥빙수 기계를 사고 통조림 팥 앙금 , 젤리, 연유, 우유를 샀다. 그때 기억에 연유가 신의 한수였다. 우유만 넣어서는 달콤한 그 맛이 나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고 기계를 돌려 그릇에 얼음을 가득 받고 그 위에 우유를 부었다. 얼음이 그러면 살짝 녹아내리면서 높았던 얼음 탑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야 이제 젤리로 넣고 팥앙금도 연유도 넣을수 있어 아쉽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 먹은  팥빙수의 기억은 그해 여름 몸무게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덕분에 여름 한낮 하교길이 즐거웠고 집에 빨리 가고 싶었다. '집에 가면 팥빙수가 기다리고 있다'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한 마디를 뱉었다 

"아빠랑 같이 수박빙수 만들까?"

"빙수 만드는 기계도 없고 재료도 아무것도 없는데 당신이 한 말이니 책임져. 성격 알지? 이제 어떻게 하든지 만들어야 되는거야?"

"집에 블랜더 있잖아 그걸로 얼음 갈고 그리고 수박 있고 우유도 있잖아. 그래 연유, 연유만 사면 되겠네"

"너 젤리도 많이 있잖아. 곰 젤리하고 막대젤리도 넣으면 되겠다"

"그래 좋아"

"어이구.. 그게 블랜더로 빙수가 될까? 나는 몰라. 둘이서 알아서 하세요"

"블랜더로 안되는건가?"

"홈쇼핑 광고에서 빙수도 만들어 먹고 하는것 같던데"

"블랜더 레시피북 어디있지? 일단 그거 확인부터 해 봐야겠다"

"수박빙수 안되는거야?"

"아빠가 저기 있는 믹서기 쥬스 만드는 기계로 될거라고 생각했거든. 한번 확인해 볼께."

"오늘은 딸기빙수 먹었으니 주말에 아빠가 쉴때 같이 만들어 보자. 그때까지는 기다리는 거야. 아빠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만들수 있나 공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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