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서 보내는 뉴스레터
취향껏 골라 읽을 뉴스레터가 범람합니다. 이상적 혹은 낙후된 공간이란 이분법으로 로컬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하고요. 모두가 뉴스레터와 로컬의 미래를 말하고 있는 지금, 이 둘의 만남은 그 자체로 흥미롭습니다. 로컬에서 보내는 뉴스레터는 로컬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게 할까요, 로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 수 있을까요. 지리산, 곡성, 제주의 로컬 라이프에 빛을 비추는 뉴스레터 발행자들에게서 그 힌트를 찾아보았습니다.
지리산에서 보내는 편지
- 지역과 사람을 건강하게 잇는 베이스캠프
마을 카페로 시작해 시골살이 학교, 지리산포럼, 작은도서관 등의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며 확장해왔다. 지리산에 면한 남원, 구례, 산청, 하동, 함양 다섯 지역을 잇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성장한 지리산이음은 지리산권에 사는 주민의 건강한 삶을 돕기 위해 ‘지리산에서 보내는 편지’라는 뉴스레터를 월 2회 발행한다. 뉴스레터를 만드는 김빛찬누리 에디터는 부모님의 귀촌으로 남원에서 자랐다. 지난 5년간의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다시 남원으로 돌아온 그의 로컬 라이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건강하고 안정돼 보였다.
그동안 발행한 뉴스레터를 살펴보면 함양에서 무장애지도를 제작한 이야기를 담은 ‘휠체어를 타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지역에 사는 퀴어들의 이야기를 담은 ‘촌스럽고 힙한 시골퀴퍼’, 농부들을 인터뷰한 ‘논밭생활백과’ 등 지역사회에서 소외될 수 있는 이들과의 관계를 놓지 않는다. 선명한 시선으로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들여다보고, 지역의 점들을 연결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그렇게 하나씩 지리산 마을의 작은 변화를 이끌어낸다. 지역 안에서 주민이 건강하기 위해 점들이 모이고 연결되고 흩어질 수 있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충실히 이어가는 중이다.
농담진담
- 지속가능한 젊은 로컬을 만드는 사랑방
곡성 죽곡마을에 있는 친할머니 댁에서 짧은 유년 시절을 보낸 팜앤디 서동선 대표는 곡성으로 돌아와 터를 잡았다. 지속 가능한 농업 환경을 일궈 젊은 농촌을 만들어보자는 신념으로 팜앤디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매거진 <농담>과 뉴스레터 ‘농담진담’을 탄생시켰다. 곡성에서 나고 자라 어린 시절부터 섬진강에서 뛰어놀던 나이사 에디터는 타지에서 살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와 뉴스레터 발행에 합류했다. 2017년 곡성에 귀촌한 제리 디자이너는 팜앤디의 전반적인 사업 디자인을 책임진다. 이들은 때론 기상천외하고 때론 정겨운 첩첩산중 산골짜기 분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산 넘고 강 건너로 보낸다.
‘시골 스타트업이 코로나19 시국에 원격근무하는 법’ ‘에디터 시골쥐, 서울쥐에게 귀촌을 묻다’ 등 이들의 뉴스레터를 읽으면 로컬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답을 찾을 수 있다. 농담처럼 유쾌한 말 속에 약간의 진담을 곁들인 콘텐츠들은 짧은 에세이를 읽는 것처럼 재미있고 유익하기까지 하다. 농담에 빠져들어 진지하게 귀촌을 고민한 청년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현재 농담진담 시즌 2는 나이사(에디터), 이든(에디터 겸 디자이너), 핑구(디자이너)가 제작한다. 로컬에 사는 청년들에게 보다 현실적으로 조언을 건네려는 이들의 사려 깊은 배려가 곡성을 젊은 로컬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제주헌터스
- 우정을 넘어 연대하는 작은 정원
제주에 사는 30대 직장인 여성 넷이 뭉쳤다. 애월과 한림 사이에 자리한 귀덕리의 소피아, 차귀도를 마주본 신도리의 수애기, 화순곶자왈 부근 상수동의 효재, 중문 오른쪽 방향으로 길쭉하게 자리한 대포동의 칼발은 시시콜콜한 제주의 주말 이야기를 실타래처럼 매주 한 편씩 술술 풀어낸다. 제주에 살면서 향상된 능력, 전보다 줄어든 것, 하는 일부터 인간관계와 취미 생활까지 두루 다루는 덕에 제주살이에 대한 호기심이 200퍼센트 충족된다.
‘제주헌터스’는 단지 넷의 우정을 넘어 독자들과 느슨한 연대를 나누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로컬에서 보내는 뉴스레터의 정체성은 바로 그 지점에 있는 게 아닐까. 저마다의 고민을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아름답고 작은 정원을 매일 가꾸는 일과 닮아 있다.
※ 본 콘텐츠는 'FINDERS 파인더스 Issue02. 레터 보내는 사람들'의 수록 콘텐츠 일부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