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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더스 FINDERS Feb 03. 2022

망원동우체국 지키기

로컬에 대한 칼럼

“이번 정류장은 망원우체국사거리, 우체국사거리입니다.”

버스를 타고 망원동에 온다면 정류장을 알리는 ‘망원우체국사거리’라는 안내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안내 음성을 들으며 버스 창밖을 내다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우체국사거리에 우체국이 없다는 것. 망원동우체국은 언제, 왜 사라졌을까?

© FINDERS


2020년 2월, 한 줄의 글이 망원동 온라인 커뮤니티 ‘망원동좋아요’를 뜨겁게 달궜다. “우체국이 없어지고 치킨집이 생긴다는데 맞나요? 그럼 우편은 어디서 보내나요? ㅠ.ㅠ” “우리가 우체국을 지켜야 한다”라는 얘기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곧바로 다른 게시물에서는 망원동우체국 폐국 반대를 알리는 현수막 제작을 위한 기부가 진행됐다. 3일 만에 현수막을 걸겠다는 사람들 107명이 모였고, 1만 원의 제작 비용 외에도 약 200만 원의 성금이 모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온라인에 오른 글 하나가 들불처럼 번져 모금이 이뤄지고 현수막이 돼 거리에서 휘날리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와, 우리 동네 사람들 너무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멋진 행동을 더 많이, 더 널리 알리고 싶어졌다. 망원동우체국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종이로 기록해 망원동 밖에 있는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자 행동에 나섰고, 그렇게 지금의 동네 잡지 <안녕망원>이 탄생했다.


망원동우체국 지키기 주민 모임을 이끄는 김민석 님을 인터뷰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게 비단 망원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우체국은 우편과 금융 서비스를 하는 정부 기관인데, 정부의 비율을 50퍼센트로 줄이고 나머지는 개인 사업자, 그러니까 우편만 제공하는 우편취급국으로 위탁 운영한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적자가 심하기 때문이란다. 정부 기관이 아니라 민간 사업자가 운영한다면, 수익이 나지 않을 산간 지방이나 시골에서의 운영을 꺼릴 게 분명했다.


아쉽게도 망원동우체국은 2020년 4월 말 문을 닫았다. 망원 1·2동과 성산동, 서교동, 이렇게 4개 동이 이어지는 사거리에 30년간 자리를 지켰던 우체국이었는데, 우정사업본부가 통보한 지 단 몇 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망원동우체국을 살리려 노력한 주민들은 이미 우체국의 부동산 계약이 끝났다는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받듯 알게 됐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행정절차인 주민 협의가 빠졌다는 걸 알아차렸고 절차상 문제를 건의했다. 이 덕분에 전국 단위의 우체국 폐국은 임시 중단됐다.


우체국이 사라진 동네에 조그만 우편취급국이 생겼다. 그런데 금융 업무 기능도 하지 않고 잠시 앉을 의자도 하나 없어서 어르신들이 예전처럼 자주 오실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망원동우체국을 살리려는 노력은 실패했지만, 전국의 우체국 민영화가 잠시 중단되었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우체국을 지키려 노력했던 사람들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동네 사람들이 마음을 모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지 않을까. 우체국을 지키려 했던 그때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전다원은 망원동 사람들이 만드는 동네 잡지 <안녕망원>을 만드는 편집장이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내면서, 줄곧 동네를 돌아다니며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퇴근 후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제일 신나고, 그걸 글로 정리하는 건 살짝 힘들다는 그는 멈추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해나갈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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