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드에 대한 칼럼
뉴스레터 1세대. 2020년 9월, 회사 생활을 졸업하고 뉴스레터를 시작한 나를 두고 주변 사람들이 표현한 말이다. 내가 뉴스레터를 처음 운영한 건 2012년, 뉴스레터가 트렌드처럼 떠오르기 훨씬 전이었다. 당시 나는 영화 마케팅 일을 하고 있었고, 동료와 함께 ‘이 영화가 개봉하는 걸 알면 무조건 볼 사람’을 추려내 그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내가 속한 영화팀 뉴스레터의 시작이다. 손 편지처럼 친구에게 말하듯이 영화의 매력을 설명했는데, 배우들의 두터운 팬층 덕분인지 메일을 반겨주는 사람이 많았다. 온라인 답장뿐 아니라 고맙다는 손 편지를 받기도 했다.
2020년 가을, 다능인을 위한 뉴스레터 겸 커뮤니티 ‘사이드 프로젝트’를 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늘 고민이었던 나는 ‘다능인’이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았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위로와 응원을 건네며, 삶과 일을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팁과 툴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뉴스레터라는 방식을 택한 건 당연했다.
뉴스레터를 운영한 지 1년이 지나자 사이드 프로젝트는 하나의 매체이자 플랫폼처럼 됐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다능인들이 모여 있다 보니 광고와 이벤트도 자주 들어온다.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사이더’라고 소개하는 고마운 팬들이 생겼다. 사이더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사이드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지금까지 운영한 뉴스레터 모두 광고비 없이 빠르게 구독자를 모았고, 구독자를 팬으로 만들었다. 그 힘은 원하는 멤버들의 특징과 공동체의 모습을 먼저 떠올린 데 있다.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이유 말이다. 뉴스레터를 통해 어떤 사람들을 모으고 싶은지, 그들이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라는지를 맨 처음 생각했다. 어떻게 사람들을 구독시킬지는 가장 마지막 순서다. 스스로에게 영감과 재미가 되는 접점을 찾아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색깔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아진다.
진정성 있는 브랜딩에는 브랜드의 선한 의도를 바탕으로 한 핵심 메시지, 그를 보고 모여든 팬, 그리고 고유의 문화를 지닌 커뮤니티라는 3요소가 자리한다. 모든 뉴스레터는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커뮤니티다. 뉴스레터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브랜드가 되거나, 여러 갈래의 일을 하나로 모으고 돕는 브랜드의 탄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어렵게 여기지 말고, 우리 브랜드를 가장 아껴주는 사람들을 모아두고 매주 편지를 보낸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 고마운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거다. 그들이 내가 보내는 편지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어떤 행동했으면 하는지 떠올려보자. 그런 다음 어떤 방법으로 참여시킬지, 이들의 참여로 또 다른 사람을 불러 모을 수는 없을지 고민하자. 가장 중요한 건 방금 언급한 순서대로 생각을 정리하는 데 있다. 순서가 바뀌면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개인이 곧 매체이자 플랫폼, 브랜드가 되는 시대다. 뉴스레터는 채널 하나로 메시지를 전하고, 구독자를 모으고, 그 안에서 문화를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뉴스레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함께 브랜드를 키워나가길 응원한다.
정혜윤은 뉴스레터 발행 1세대이자,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대표다. 2022년 찾아갈 ‘사이드’ 시즌 2를 기획하며 더 큰 꿈을 키우고 있다. 뉴스레터로 출발한 일이 어떻게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지,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행동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Instagram @aloha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