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에 대한 비평
2015년, 퍼블리의 ‘what we’re reading’ 뉴스레터를 구독했다. 해외에서 뉴스레터가 ‘뜬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한국에서도 가능할 줄은 몰랐다. 몇 달 만에 구독자는 2,000명으로, 3,000명으로 늘어났다. 텍스트, 오피니언, 이메일, 지속 가능성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2018년, 2월에 ‘일간 이슬아’가 등장했다. 월 1만 원의 구독료를 받고 매일 글을 보내는 뉴스레터였다. 나는 이것이 작가에게는 굉장한 중노동이자 압박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 문득 평론가처럼 이것저것 분석하고 되는 이유, 안 되는 이유를 찾지 말고 뭐라도 당장 시작하는 게 생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로 곧장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9월, ‘뉴닉’의 베타 서비스가 오픈했다. 베타 테스트로 초대되어 몇 달을 썼고 오픈 후 구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걸 봤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나는 여러 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덕분에 어떤 경향, 특히 새로운 미디어와 새로운 크리에이터의 등장에 가까이 있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내가 사로잡힌 화두는 ‘지속 가능성’이고 그 점에서 뉴스레터는 좋은 수단이기도 했다.
2020년, 나는 TMI.FM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밤레터’라는 뉴스레터를 보내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터를 ‘밤에도 일하는 사람들’로 정의하고 심야 라디오 디제이처럼 일과 마음과 음악에 대해 얘기하는 뉴스레터였다. 2021년 2월에는 뉴스레터의 제목을 '차우진의 TMI.FM’으로 바꾼 뒤 음악·콘텐츠 업계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유료화도 이때 시작했다.
덕분에 개인 브랜딩이나 뉴스레터의 브랜딩에 대해 질문을 받는 경우가 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실 개인 브랜딩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나 목적 지향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광장에 서서 “저는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 저를 봐주세요!”라고 외치는 느낌이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내가 주로 다루는 툴이 ‘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든 읽는 사람이든 어느 정도는 비판적 태도가 내면화되어 있고, 동시에 세속과 멀어지려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그 점에서 ‘텍스트를 통한 개인 브랜딩’이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럼에도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바로 목적과 수단이 명확할 때 생기는 결과라고 본다. 명확한 목적과 수단이란 다시 말해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힌트이기도 하다. 나로서는 이 질문을 매우 오래 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심야의 디제이가 되고 싶다는 것, 음악과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그를 통해 크리에이터를 위한 도구가 되고 싶다는 것. 이것이 TMI.FM을 계속해나가는 동력이다. 이것이 내가 듣고, 읽고, 쓰기를 계속하는 동기다. 또한, 평론가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평론이라는 작업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다. 그걸 위해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얻고, 매일같이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면서 나 자신을 공부했다.
이런 이유로, 사실 뉴스레터는 수단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것이다. ‘뉴스레터’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고 자기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볼 것. 세상을 향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차우진은 대중음악 평론가, 칼럼니스트, 클럽장 등 다양한 정체성을 지녔다. TMI.FM에서는 말 많고 고독한 디제이를 고수한다. 주로 대중음악과 미디어 산업에 대한 글을 쓰는 그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한결같은 태도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낸다. Instagram @woojin.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