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닥터피시 한 마리를 분양받아왔다. 선생님께 분양해주지 말라고 문자를 보낼까 하다가, 아이가 원할지도 모르니까 그냥 두었다. 나는 물고기를 잘 키울 자신이 없지만, 아이들이 원할 거고, 우리 남편이 있으니까 맡길 생각으로.
아이가 하굣길에 닥터피시를 들고 오면서, 애지중지했다. 누나랑 같이 들여다보면서 관찰하고, 역할 분담을 하며 신나게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내가 살짝 들어서 옮기려는데 다.. 엎어지고 말았다. 바닥에 물과 자갈과 물고기가............ 으악..
멘털붕괴가 이런 것일 듯. 너무 당황했다. 아이는 대성통곡하며 울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물고기를 손으로 잡아...... 통에... 넣으려고 했다. 미끄러워서 잘 잡히지 않았다. 어찌어찌 통에 넣고, 물을 주었다. 그런데 정수기 물은 안된단다. 으악. 그래서 다시 수돗물을 주었다. 아이는 대성통곡하며 울고 있고, 물고기는 죽은 듯하고... 나의 부주의함과 무지함 때문에 물고기가 죽었다.
자책, 자괴감, 미안함, 당황스러움, 안타까움, 화남, 등이 한데 뒤섞여서 주저앉았다. 아이의 왕왕 거리는 울음소리도 힘들었고, 달래주기보다는 내가 진짜 멘털붕괴. '오늘 가져왔는데, 오늘 죽었어.'라고 말하는 아이의 말에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의 슬픔이 나한테 엄청 크게 덮쳐왔다.
첫째는 울고 있는 나를 달랬고, 나는 둘째를 달랬다. 셋이서 끌어안고 울면서 '제발 물고기가 기절한 것이게 해 주세요. 살게 해 주세요. 일주일만이라도 살게 해 주세요.' 기도했다. 둘째가 물고기를 확인했는데, 움직인다면서 웃음을 되찾았다. 남은 눈물을 닦아내고, 코를 훌쩍거리면서 다시 웃었다. 안도했다. 한참 동안이나 가슴이 뻐근했다.
감정적으로 격한 쓰나미를 만나고, 에너지가 탈탈 털려서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정신을 차렸다. 첫째가 '엄마가 왜 식물도 키우기 힘들어하는지 알겠어. 엄마가 이렇게 우는 거 처음 봐.'라고 했고, 둘째는 '엄마 미안해.'라고 했다. 으아악. 애들이 다 왜 그래. 정신 차리고 보니, 애들이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 우스개 소리로 '나는 너희들 키우는 걸로 충분해. 다른 생물은 키우기 싫다.'라고 했다. 생명을 돌보고 키운다는 것의 무게… 추가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안 하고 싶다.
나 아직 죽음에 대해서 아이에게 설명할 준비가 덜 되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넘어갔다. 어쨌든 닥터피시야 살아줘서 고마워.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조심조심 다룰게요. 남편, 닥터피시를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