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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잔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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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브 Apr 18. 2024

소나무

우울을 추측하는 건 사실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방 안에서 숨죽여 있는 기분을 알리는 건 원치 않은 일

그래도 너를 끄집어내어

내 곁에 다시 앉혀두고 싶다

강력한 자성으로 너를 끌어당기고 싶다


온통 푸르기만 했던 날이 한낱 꿈에 불과했대도

우리가 느낀 강렬한 한 줄기 섬광은 그대로니까

무뎌지지 말고 무너지지도 말고

그저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 늘

함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무엇이든 적당해지자


동아줄 하나 잡고 사는 게 인생이라는 말

알지 못하던 것들이 비로소 와닿을 때

가만히 앉아 물을 참방거리며 했던 넋두리를 떠올린다

턱 끝까지 차오르던 더운 숨

그저 죽도록 가빴으면서 괜찮은 척

속고 속이며 모서리 전부 마모되어 갔고


청춘이여

어떤 관계는 나를 살게 하고

어떤 사람은 나를 웃으며 울게 만든다

그 모순이 곧 내 삶이다


소나무가 오래오래 뿌리내리길

봄바람과 여름 향기와 가을 정취와 겨울 함박눈

모두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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