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어깨는 무겁다
10년 전 유학생일 땐 학생이라는 신분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적 관리 외에는 평화롭게 지냈던 것 같다. 성적도 장학금 때문에 애썼던 것이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10년 후 다시 돌아온 이 타지 생활. 다행히 영주권이란 안전한 신분 덕분에 걱정은 한시름 내려놨다. 하지만 이번엔 어린 자녀들이 생겼다. 엄마보다도 더 낯설 환경, 낯선 사람들, 낯선 언어. 무방비 상태로 전쟁터에 바로 들어갔으니 기댈 곳은 오직 엄마와 아빠뿐일 것이다. 아가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모가 강해져야 한다. 시간이 어찌어찌 흐르다 보면 지금 또한 모두 과거가 되어 있겠지만 그냥 흘러가도록 둘 수 없다. 시간을 금처럼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엄마인 내가 더 마음을 다잡고 나약해지지 않아야 한다.
힘들다는 말을 수없이 내뱉을 것이다. 이민 생활이 힘들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울지 않고 정신줄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작고 소중한 아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선택한 길.
그래서 나는 최대한 내가, 우리 가족이 새내기 이민자인 것을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상대방은 내가 오늘 아침까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이들의 엄마로서 아이들이 그들의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게 노력한다. 미국 차 운전하기, 종업원한테 도움 요청하기, 같은 반 학부모와 등하원길에 이야기 나누기, 담임선생님과 육아고민 나누기, 이웃 친구들과 어울리기, 물건 환불하러 시간 내서 이동하기, 매일 아침 가족들 점심도시락 싸기... 평범한 미국 생활에 적응하는 게 은근 신경이 많이 쓰인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엄마의 어깨는 항상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