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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Mar 14. 2024

여권 만들기

놀 준비

곧 있으면 부활절 방학이다.  이번방학에는 두바이와 오만으로 간다.  출발 전에 여러 가지 준비할 것들이 많다.  제일 먼저 동생과 나는 여권을 만들어야 했다.  대도시는 여권을 만들려면 몇 달 전에 예약하고 기다리고 한다던데 우리는 시골에 살아서 가면 바로 해준다.  동생과 나는 한국과 독일 이중국적자인데 여권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한국여권은 한 번만 써봤고 이제는 그냥 독일여권만 쓴다.  독일어린이들은 어린이여권을 썼었다.  1년에 한 번씩 연장하는데 1년에 한 번씩 여권사진 찍고 연장수수료도 많이 들었는데 올해부터 또 바뀌어서 어린이여권이 없어지고 일반 여권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또 사진 찍고 연장이 아닌 새로 발급받으러 동사무소에 갔다.  여권신청은 본인이 직접 가야 해서 학교 쉬는 날에 예약을 해뒀다.  예약을 안 해도 되지만 그래도 예약을 해두면 좋으니까.  3월 8일 날 여권을 만들러 갔고, 우리의 여행출발은 3월 14일이다.  그런데 여권이 바로 발급되지 않았다.  또 뭐가 바뀌어서 이제 모든 여권은 베를린에서 만들어져 온단다.  그래서 일반으로 신청하면 우리는 여행출발일에 여권이 없는 거다.  아빠는 요즘 탈독일을 꿈꾸며 늘 독일정치사회를 욕하는 중이다.  여기서 또 아빠는 짜증이 났는지 동사무소 아줌마한테 또 막 뭐라 뭐라 하는 거다.  여권 만들어주시는 분을 매 해 만나고 있기에 우리는 잘 알고 있는데, 그분은 사무실에 개를 데려와서 놔둔다.  이번에 방에 들어가니 개가 없어서 아쉽다 하며 얘기하니 아줌마가 책상밑에 봐라고 해서 봤더니 책상밑으로 자리를 옮겨서 거기서 자고 있는 거다.   우리가 자꾸 쳐다보고 좋아해서 개가  짖어댔고 한동안 시끄러웠었다.  어쨌든 엄마는 우리에게 항상 친절했던 동사무소 직원분에게 미안했던지 아빠한테 그만 좀 하라고 했고 아줌마표정이 더 이상은 일그러지진 않았다.  여권 없이는 출국이 안 돼서 일단 속성으로 신청했는데  여권발급비는 37.5유론데 속성으로 해서 32유로나 더 내야 했다. 14일 출국인데 13일이나 14일에 택배가 도착예정이다.  아빠는 엄마한테 독일은 못 믿는다며 한국영사관에 연락해서 한국여권 좀 만들어보란다.  또 엄마는 한국 영사관에 연락해서 이러이러한 사정이다 방법이 있느냐 물어보니 진짜 너무 친절하게 여권발급기간, 일회용 여권으로 중동나라 입출국가능 여부, 독일출국가능여부 등등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서 상담해주셨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엄마는 독일 살며 기댈 수 있는 곳이 한국영사관뿐이라며 두바이 가면 대추야자라도 한 박스 사서 보내드려야겠다며 고마워했다.  오늘은 13일이고 내일 학교 마치면 바로 출발해야 하는데 아직 여권은 오지 않았다.  

대박사건, 내일 함부르크 공항 파업으로 문을 닫는다.  내가 생각해도 여기저기 파업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린 프랑크푸르트 까지 기차로 이동하고 거기서 비행기를 탈 예정인데 엄만 이미 지쳤고 아빠는 무슨 수를 써서든 내일 출국하겠다고 한다.   근데 엄마 아빠, 나 학교 15일까지 가야 하는데...  아빠는 이미 학교에 연락해서 하루 빼놨다고 한다.  역시 아빠다.  우리는 자주 방학 하루이틀 전에 휴가를 가서 학교를 빼먹는데 아빠는 갖갖은 이유로 허락을 받아낸다.   한 번은 한국에 이모할머니 80번째 생신참석,  한 번은 한국할아버지 병문안.  또 한 번은 독일 한국이 아닌 제3국에서 한국의 가족을 만나는데 스캐쥴을 맞추다 보니 일찍 가야 한다 하고 뭐 이런 핑계다.  이번에는 목요일 공항파업으로 인한 금요일 공항대란에 대비해 미리 출국하겠다고 했단다.  파업이라 욕하더니 이럴 때는 잘도 써먹는 아빠다.  선생님이 안된다니 유나 아프단 핑계로 이틀 안 보낼 수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니 받아달라고 당당히 말하는 아빠다.  엄만 아빠가 부끄럽다고 하고 나는 뭐 다 좋다.  제발 내일 오전에는 여권이 도착해야 한다!

혹시 여권이 안 나오면 엄마가 어차피 호텔과 렌터카는 예약해 뒀으니 써야 한다며 아빠먼저 가고 여자 셋은 금요일 출발하겠다고 하니, 아빠는 목요일 파업의 여파로 금요일은 모든 항공이 만석이라 우리는 못 탄다며 무조건 내일 가자고 한다.  띠띠뽀 좋아하는 얀네는 내일 기차 탄다고 해서 신났고.

내일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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