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01
루이스 헤이는 말했다. “큰 변화는 작은 도전에서 시작된다. 작은 한걸음이 큰 차이를 만든다”라고 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작은 한 걸음을 이제 시작한 것 같아'라고.
굳이 따지자면, 적은 나이는 아니었다. 대학생 1학년으로서 새 출발을 하기에는 말이다. 나는 서른 중반의 나이였고(3년째 같은 나이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 경영학을 전공한 퇴직자였다. 하지만 기존 일에서는 만족감이나 성취감 또는 즐거움과 같은 것들을 느끼지 못하였고, 경력을 살려 다음 이직을 준비하자니 마음이 내키지 않아 진도가 잘 나아가지도 않았다. 나는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했던 걸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사람들 입에 쉽게 오르내리고, 관심 있는 분야를 녹여 개인 브랜딩 사업을 하기도 비교적 수월한 시대다. 또 전공대로 가는 사람도 얼마나 있을까. 문제는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였다. 한 번도 묻지 않은 영감이란 있을 수 있을까.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오던 길의 방향을 틀자니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마침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국민취업제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곳을 통해 회계 관련 자격증 준비반에 들어갔다. 학원을 다니며 같은 반의 한 분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은 원래 영어학원 원장님이셨다 했다. 그런데 학원이 잘 안 돼서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신기했다. 인생이 그렇게도 흐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달의 과정을 성실하게 따라가니 회계 관련 자격증 두 개 정도는 딸 수 있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자격증이었기에, 대학 다닐 동안에는 따지 못했다는 점이 새삼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그 두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은 어렵지 않게 가능할 상태였다. 하지만 왜인지 나는 취업하고 싶지 않았다.
불안정했지만 모쪼록 맞이한 변화의 기회라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최우선으로 생각해 실천해봐야 하지 않을까. "변화는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것을 수용할 때 성장한다"라고 했던 스티븐 코비의 말처럼, 원하지 않는 변화일지라도 내가 지금 이 기회를 수용해 나아간다면, 난 분명 불쑥 성장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가 선행되어야만 할 것 같았다.
“언니, 대단한 것 같아요.” 대학에서 만난 열 살은 어린 동생에게 들은 말이었다. 그 말에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가?’ 하지만 난 어렵지 않았는 걸. 나는 말했다. “아니야, 전혀 대단할 것도 없는걸.”
사실 대학생일 때는 학교가 그렇게도 싫었다. 공부도 하기 싫었고, 학교를 다니는 재미도 없어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조용히 학교를 다니며 간신히 졸업장만 땄다. 4학년쯤 되어서는 ‘난 절대 공부는 다시 하지 않을 거야’라고 주문처럼 외고 다녔다. 존 레넌은 말했다. “인생은 네가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바쁠 때 일어나는 거야”라고. 내 계획과는 무관하게 인생이 독자적인 준비를 하기라도 한 걸까. 졸업한 지 십 년은 지난 이 시점에 공부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다시 생길 줄이야. “전 대학을 가서 다시 공부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6개월 간의 취업제도 여정을 그만두면서 상담사 선생님에게 나의 뜻을 확고히 했다. 막막하기만 했던 취업 도전이 더러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2024년, 나는 대부분 05년생인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89년생 1학년이 되었다. 열댓 살의 나이차를 생소하게 감당하며 그 자리에 있는 건 사실 외로운 편에 속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이 선택을 무를 마땅함이 되지는 않았다. 그건 시간에 의한 것도, 조바심이나 고정관념에 의한 것도 아닌, 이전과는 다른 오직 마음의 길을 따른 ‘작은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건 그 동생의 생각처럼 그렇게나 어려운 일도,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나는 다만 더욱 나답길 바라는 이후의 여정이 기대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