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02
때로는 스쳐가는 말에 시선을 빼앗긴다.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방황하던 나날 중 하루였다. 나는 여느 때처럼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문득 엄마가 이런 말을 했다. “아는 사람 딸은 언어치료사라는 걸 해서 집도 샀다더라” 그리고 내 귀에 자연스럽게 ‘언어치료사’라는 단어가 꽂혀 들어왔다. 언어치료사? 그거 뭔가 예사롭지 않은 말인데?
생소한 말이었다. 언어치료? 하지만 어렴풋 어디선가 요즘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은 부족한 실정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 외 나는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에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다만 알 수 없는 끌림과 호기심에 핸드폰을 집어 들어 검색을 했다.
언어치료사란?
1. 언어치료사:학술명칭 | 언어재활사:법적명칭
2. 생애 발생할 수 있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대상자들의 중재 및 재활을 담당하는 전문가
3. 자격조건
- 2급 언어재활사 : 언어재활 관련 교과목을 이수한 학위가 필요(국시원 인정 학과)
- 1급 언어재활사 : 가. 대학원에서 언어재활 분야의 박사 또는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언어재활기관에 1년 이상 재직한 사람
나. 대학에서 언어재활 관련 학과의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언어재활기관에 3년 이상 재직한 사람
검색 후 몇 가지 말이 마음에 들어왔다. 의사소통, 전문가, 학위. 평소 사람 마음이나 글쓰기에 관심이 있던 나는 그냥 의사소통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의사소통을 중재하는 사람? 어떻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된다면? 하는 생각이 상상으로까지 번지니 왜인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치유사라는 점이 끌렸다. 나도 한 번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다음으로 국가에서 인정한 전문가라는 점에서 자부심과 안정감을 느꼈다. 또 언어치료사 관련 구인 공고란을 언뜻 찾아보니 일할 곳이 많았고, 업무 시간대 선택이 비교적 자유로운 것 같았다. 그러나 학위가 걸렸다. 공부가 꽤 많이 필요한 직업이었던 것이다. 관련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대학을 다시 가려면 대학입학준비, 학비, 대학교 위치 등 고려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정말 우연인지 운명인지, 마침 언어치료학과가 있는 대학교가 집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 대학은 언어치료학과로 꽤나 괜찮은 입지를 가진 학교라 했다. 그럼 안 해볼 이유가 없잖아? 고민할 것도 없이 나는 바로 원서를 넣었다. 수시 커트라인이 높은 편도 아니었고, 수능을 봐야 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준비할 것도 없이 수월하게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이미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있었기 때문에, 내 앞에는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가 많았다. 신입학, 편입학, 대학원, 방통대. 일단 혼자 영상을 보며 공부해야 하는 방통대는 시도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강의실에서 현장의 분위기를 느껴야 열정이 생기는 편인 나의 성향 때문이었다. 또 언어치료가 정말 생소한 비전공자로서 무턱대고 편입이나 대학원을 선택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부담을 느끼면 일을 그르치기 쉬운 나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중에 바꾸더라도 일단 한 단계 씩 나아가는 건 어떨까? ‘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자면 그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러나 또한 내 나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었는데, 보통은 내 나이정도라면 하루라도 빨리 학점 따고 졸업이 가능한 편입학이나, 더 전문적으로 공부가 가능한 대학원 과정을 바로 준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나는 결국 그냥 1학년부터 시작할 것을 밀어붙였다. 다행인 건 고등학교 때 성적관리를 열심히 해둔 덕분에 장학금을 받고 1학년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닐까. 그러니 뭐가 됐든 마음이 섰다면 일단 시작해 보자고.
탈무드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보다 무언가를 해보려다 실패한 사람이 훨씬 유능하다”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시도해 본 나에게 초점을 맞춰보니 사는 게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의 첫 번째 응원자가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겼다. 또 벚꽃은 봄에 피고, 국화는 가을에 피듯 나에게 맞는 페이스를 남들과 비교하는 건 어리석은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알 수 없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나는 어깨를 쭉 펴고 말한다. “나 89년생 아지매, 작년에(24) 언어치료학과 새내기가 되었잖아.”
----------어쨌든 시작하니까, 지금은 벌써 2년 차가 되어버렸지 모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