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의 늪에 빠져있는 나는 이 방학식이 참으로 겁이 난다.
그저 그런 방학식이 아님을 알기에...
이번엔 얼마나 부딪히려나,
우리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안기려나,
정말 우울함이 가시질 않았다.
다이어트 중이었는데 새벽에 폭식까지 할 정도로...
어제는 새벽 3시까지 우울에 잠겨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나의 조울의 늪은 이렇게 늘 혼재성이다.
충동적으로 소비하고 충동적으로 분노하고 충동적으로 폭식한다.
많이 안정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안정된 게 아니라 그런 환경을 스스로 피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엊그제 분노를 통해서 들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내 분노가 항상 방학 때 거침없이 나왔었기에 이번에도 자신이 없다.
그제는 선생님이 하백이 한테 생활계획표를 짜라고 했나 보다.
학원을 다 끊은 하백이는 생활계획표를 쓰더니 쓸게 없는지 나한테 묻는다.
"엄마... 쓸게 없어요. 나 수학학원 언제 다녀요?"
수학학원 사건 이후로 하백이는 바보가 될 것 같아서 수학학원만큼은 다니고 싶다고 했었지만 마땅한 수학학원을 찾지 못하고 계속 집에서 노는 중이었다.
생활계획표를 보니,
일어나기 밥 먹기 태블릿 하기 밥 먹기... 잠자기 끝...
그래도 자기가 보기에 양심은 있는지 공부 하나는 넣어야겠나 보다.
"아직... 8월에 가서 알아보자."
셔틀 운영하는 데가 이제 한 군데밖에 없어서 8월에 가봐야지만 알 수 있단다. (동네에선 다 퇴짜 맞았으니...)
그것도 안되면... 어째야 하나...
내가 가르칠 자신은 없고...
방학이 온다는 거에 스트레스받아 잠도 안 오고 우울했던 나에 비해, 마냥 신이 난 아이들을 보니 그냥 마음이 짠했다. 어찌 되었건 내 자식인데 밥이라도 엄마 손으로 따뜻하게 지어 주진 못할 망정...
아침에 눈물이 나 올 것 같아 하백이 뻗친 머리 내려주면서 갑자기 안아주고 싶어졌다.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나오지 않아. 그저 안아주면서 '울 하백이 예쁘네' 했더니 징그럽다고 난리다.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니 그럴 만도 할 나이인가?
엄마가 아프면 이렇게 고달프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할 텐데... 아니 아이가 스스로 잘 커갈 수 있도록 가이드 줘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 언제나 걱정이다.
그래도, 이번 방학은 아이가 화를 내도 인내하면서 , 그렇게 보내보는 게 내 목표다.
이룰 수... 있겠지?
사랑한다. 하백아. 사랑한다. 비록 좋은 엄마는 못될지 몰라도 노력하는 엄마는 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