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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예지 Jan 08. 2022

행동 통제가 되지 않고, 규칙을 지키기 어려워하는 아이



준영(가명) 이는 외국인 학교에 다니고 있는 7살 남자아이입니다. 제가 한 운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상담을 하던 중 만나게 되었습니다. 

 


상담실 내에 전화가 있어, 아이들이 전화를 하고 싶을 때 가끔 들어와 전화를 합니다. 준영이는 가장 빈번히 전화를 쓰는 아이 중 하나입니다. 불쑥 상담실에 들어와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며 전화기를 집어 드는 일이 다수입니다. 


상담 중에도 묻는 말에 대답하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 위주로 합니다.  지시사항에 대해서도 잘 따르지를 않습니다. 보통 산만한 아이들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준영이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산만하다기보다는, 규칙을 정해서 따라 본 경험이 별로 없는 듯 보였습니다. 가정 내에서의 훈육 환경이 궁금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와 좀 더 가까워진 후, 몇 가지 가이드를 제시하니 생각보다 꽤 잘 따릅니다.


"준영아, 전화가 필요해서 상담실에 들어올 때는, '전화 써도 돼요?'라고 물어보는 거야. 다음부터는 그렇게 할 수 있겠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전화 써도 돼요?"라고 묻는다. 

"그럼."


한 번은 부모님을 기다리는 동안,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데, 종이가 필요하다며 종이를 찾습니다.


"준영아, 그림 그릴 종이가 필요하니?"


끄덕끄덕.


"그럴 땐, '종이가 필요해요.' 아니면 '종이 좀 주실 수 있어요?'라고 말하면 돼."

"종이 줄 수 있어요?"

"그래."


한참 그리다, 맘에 안 드는지 버리고, 다시 종이를 찾습니다. 처음에  제 노트에서 종이를 뜯어 주었었는데, 이번엔 스스로 종이를 뜯어가려 합니다.


"준영아, 이건 선생님 물건이잖아. 마음대로 가져가면 안 되고, 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종이가 더 필요하면, '한 장 더 주세요.'라고 말하면 돼."

"한 장 더 줄 수 있어요?"

"그럼."


알려주면 바로 받아들이고 행동을 수정합니다. '이 영리한 아이가 그동안 상황에 맞는 규칙을 배울 기회가 없었구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동시에 아이가 금방 나아질 수 있겠다는 희망도 함께 듭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성이 있고, 규칙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가장 작게는 가정에서, 그리고 유치원이나 학교와 같은 단체생활을 통해 상황에 맞는 행동과 규칙을 배웁니다.


간혹, 부모님들께서는, 아이에게 규칙을 가르치거나 옳고 그른 행동을 알려주는 것이 아이를 과하게 통제하는 것이라고 오해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의 자율성과 창의성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시기도 합니다.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아이들은 넓게 울타리를 친다고 생각하고, 굵직한 가이드(규칙)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사소한 것은 일일이 지적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인사와 공공장소에서의 매너 같은 기본예절, 순서를 지키는 것,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 등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을 명확하게 가르쳐 줍니다. 어길 때마다 교정해 주시고요. 


대신, 가벼운 실수나 인성과 크게 관계없는 것들은 적당히 모른척해주시거나 넘어가는 게 좋지요. 예를 들면, 학교 다녀오자마자 숙제를 먼저 하지 않았다거나, 밥 먹다 수저를 자꾸 떨어뜨린다거나 하는 것은, 잘 하면 좋지만 안된다고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음식을 흘리거나 수저를 떨어뜨리면, 스스로 닦고 씻어서 쓰게 하면 됩니다. 자기가 한 실수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은 아무 규칙이나 울타리가 없으면 오히려 불안해합니다. 자신의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올바른 행동을 부모가 제대로 알려주고, 잘못된 것은 교정해 주어야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낍니다. 부모에 대한 신뢰도 생기고요. 


준영이는 훈련을 통해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부모님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린아이들은 모방을 통한 성장을 하기 때문에, 모든 행동 교정에 있어 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준영이를 보는 것이 기쁘고,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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