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글은 <초집중 / 니르이얄 외> 이라는 책을 읽고, 책 내용을 중심으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시간관리는 고통관리
책을 읽다 목차를 보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평소 시간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항상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뭔가 힘든 일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항상 듭니다.
맘먹고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자꾸만 집중이 흐트러집니다. 소위 '딴짓'을 하게 되지요. 흐트러지는 주의를 집중시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시간관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집중이 어려울까요? 왜 자꾸 집중이 흐트러지고 신경이 분산되는 것일까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마음의 불편함에서 벗어나기 위함입니다.
우리의 마음, 뇌의 작용을 살펴볼까요?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권태로움, 부정적인 일이나 기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정 편향, 지난 일을 곱씹게 되는 반추, 쾌락에 빠르게 적응하는 쾌락 적응이 대표적인 불편함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빈번하게 느끼는 이러한 불편함에서 벗어나려고,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딴짓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경우는 어떨까요?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좋지 않은 영향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이 입을 닫고 폰이나 태플릿 PC와 같은 기기를 들여다보며 많은 시간을 보낼 때, 부모님의 마음속에서는 불안과 걱정이 빠르게 올라옵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청소년기의 반항적인 태도를 '사춘기'라는 틀에 넣고, 호르몬 때문이라고 단정 짓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학업이나 운동과 같은 본연의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는 데에는 근본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책 내용을 잠시 소개해 드릴게요.
리처드 라이언, 에드워드 데시의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ty)"에 따르면, 어떤 활동을 할 때, '내적 동기'로 참여할 때와 '외적 동기'에 의해 참여할 때, 결과가 달리 나타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어떤 일을 할 때, 보상이 주어지면(얼핏 생각하기에는 보상이 있으니 결과가 더 좋을 것 같지요?) 보상에 대한 의무감으로 의욕이 더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리처드 라이언과 에드워드 데시는, 사람은 정신 건강을 위해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3가지가 요구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의 영양이 부족하면 불안감, 초조감 등 뭔가 빠진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지요.
다시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돌아와서 보겠습니다. 자기 결정 이론에 따르면, 아이에게 심리적 필수 영양소가 부족할 때, 스크린 앞에서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은 좋지 않은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행동의 원인을 디지털 기기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야 합니다. 왜 어떤 아이들은 애초에 딴짓에 더 잘 넘어가는지를 말이죠.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 충분하지 않을 때, 아이는 소위 말하는 '딴짓'에서 심리적 영양소를 찾으려고 합니다.
책 내용을 좀 더 소개하자면, 미국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미국 아동과 마야족 아동을 대상으로 했는데, 서양식 학교 정규교육에 덜 노출된 마야족 아이들의 집중과 학습 지속성이 더 좋았습니다. 원인 분석 결과, 마야족 부모는 아이에게 엄청난 자유를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엄마가 목표를 정하고, 미끼와 보상으로 목표 달성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부모가 어떤 식으로든 목표 달성을 도와주는 방식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아이가 가장 잘 안다'라고 믿으며, '아이가 스스로 원할 때만 목표가 달성된다'라고 굳게 믿는 것입니다.
한국의 현실도 미국과 다르지 않습니다. 빠른 경제 성장, 높은 교육열, 선진 인프라가 결합된 환경적 요인과 함께, 자녀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 높은 기준, 부모에게서 아이에게로 전이된 소망들.
항상 어른이 집중력을 관리하니까 아이가 집중력에 대한 지배력 포기하게 됩니다. 아이로써는 무기력해지기 쉽고, 집중력에 대한 주도성을 상실하게 되어 딴짓에 쉽게 빠지게 됩니다.
부모가 가라는 학원을 가고, 과외 활동을 하고, 최소한 '하라는 것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일단락됩니다. 물론 결과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런 방식(부모가 주도권을 갖고 하는 행동, 주로 학습이겠지요.)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입시는 훨씬 단순하고, 사교육도 덜 복잡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모두가 애쓰지만, 기대하는 결과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사교육 시장은 여전히 활황이고요. 희망을 놓지 못하고, 결과가 단번에 나오지 않을 때에 더 절실하게 매달리는 법이니까요.
아이들이 정확히 어느 시점에 집중력을 잃게 될까요? 미국의 경우, 강제로 붙잡아두는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특히 청소년기에 진입하면서 가속화되는 것 같습니다. 내적 동기를 유발하는 한경이 아니란 걸 알게 되는 순간인 것이죠.
책에서는, 미국 청소년이 받는 규제가 일반 성인의 10배, 현역 해병대의 2배 이상, 수감 중인 중범죄자의 2배 이상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교육 환경에서 통제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아이들이 주체성과 자율성을 많이 행사할 수 있는 다른 환경으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기술사용이 '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악'이 중력같이 끌어당기는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사회가 만든 시스템 때문인 것입니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 아이들은 굉장한 자유를 누립니다.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전략을 실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공간에는 무수히 많은 선택과 기회가 존재합니다. 어른의 통제와 감독은 훨씬 적고요. 그러하니, 온라인에서는 자유, 유능감, 연결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녀가 온라인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걱정이 될 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새로운 규칙으로 통제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명백하게 역효과를 불러옵니다. 그보다는, 자녀의 자율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야 합니다. 딴짓을 유발하는 심층적 욕구와 내부 계기를 찾아야 합니다. 자녀가 스스로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유능성('자기효능감'이라고도 하죠)은 기분을 좋게 하고, 그 좋은 기분은 실력이 향상될수록 더 강해집니다. 소위 성공 경험과 같은 것이죠. 아이들에게 작은 성공 경험이 반복되는 것이 특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넌 학교생활을 잘 못해"라는 메시지를 받습니다. 표준화된 시험 때문입니다. 아이의 자존감이 낮아지고 학습의욕과 효과가 떨어집니다.
성적이 좋지 않은데 자신에게 맞는 지원을 받지 못하면, 아이는 유능성이란 성취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더는 노력하지 않게 됩니다. 교실에서 유능성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는 다른 곳에서라도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을 겁니다. 거대 IT 기업이, 게임 등 온라인 콘텐츠를 심리적 영양실조의 치료제로 판매하는 것이죠.
학교에서 존재감을 못 느끼는 아이, 소외감이나 고립감을 느끼는 아이일수록,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고 자신과 비슷한 하위집단을 만날 수 있는 미디어에 더 많이 끌리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원래 의도와는 달리, 아이들을 잘 교육하기 위해, 아이들의 자율성을 규제하고 수시로 어른의 지도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환경은 태생적으로 불안과 우울을 조장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프라인에서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온라인에서 대체재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가상현실에서 충족하려 하게 됩니다. 이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이죠. 반대로 말씀드린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되면 의욕, 성과, 끈기, 창의성이 높아집니다.
만약, 기술 사용을 제한하려고 하신다면, 아이를 동참시켜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을 위한 시간을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아이들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지금 내 행동이 나한테 이로운 걸까?' 청소년들과 이야기해 보면, 딴짓을 하기 싫은데도, 괜히 이것저것으로 시간 낭비하기 싫은데도,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애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행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게 하려면, 해야 할 일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아이들과 주기적으로 서로의 가치관('무엇을'이 아닌 '왜'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한 시간을 떼어놓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좋습니다.
아이들도 인생의 각 영역에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명확한 계획이 없으면, 많은 아이가 충동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고 거기에는 주로 디지털 딴짓이 수반됩니다.
게임 중독에 빠진 10대 아들과 대화를 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학교 공부를 하는 것이 가치관과 부합하는지, 왜 숙제를 해야 하는지, 공부나 숙제를 하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성적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비숙련 직업을 얻을 수밖에 없겠지요.
스스로 학교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으면 아무리 공부하라고 해봤자 싫은 일을 강요해 불만만 키울 뿐입니다.
엄마가 관리하지 않으면 애들이 실패할까 불안하실 겁니다. 한편으론, 아이가 어릴 때 작은 실패를 해보는 것이 나을지 모릅니다. 엄마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라면 나중에 대학 가고 성인이 되어서 어떻게 될까요? 강요는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10대면 자기 시간을 어떻게 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공부, 친구와 보내는 시간, 게임 등 활동에 얼마씩 시간을 쓰고 싶은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의 대답이 맘에 들지 않아도 일단 의견을 존중해 주세요.
목적은 일정표에 중요한 활동을 위한 시간을 배정해 의식적으로 시간을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일정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매주 검토하고 조정해 가치관에 맞는 방향으로 쓰게 해야 합니다.
자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은 아이에게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가끔 실패할 때도 있겠지만 실패도 학습 과정입니다.
주의를 분산시키는 외부 계기를 차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준비가 되기 전에, 아이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을 허락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어떤 기기를 사용할 준비가 됐는지 알고 싶으면, 해당 기기에 탑재된 차단 기능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지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방해금지 모드를 아는지, 일정에 따라 집중력이 필요할 때 자동으로 알림이 꺼지게 설정할 수 있는지, 또는 가족이나 친구와 있을 때 폰을 눈에 안 띄게 치우고 신경을 끌 수 있는지 등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행동을 점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집중을 위한 역량을 기를 수 있고, 그러면 부모가 없어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소위 자기주도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죠.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가 애초에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도 중요하고, 동시에 스스로 딴짓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사전조치를 취하고 준수하는 아이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해주세요. 자신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고 점검할 때, 비로소 시간과 집중력을 관리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 책의 내용을 상당 부분 인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에 관심이 있으시면 책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