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학부모들은 학교급식에 관심이 많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이 식사가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급식은 아이들에게도 최대 관심사인가 보다.
개학 첫날, 하교 후 아이가 신이 나서 급식 얘기부터 꺼냈다.
"엄마, 미역국에 감자 넣으니까 맛있더라."
다음날도
"엄마, 된장찌개에 냉이가 나왔어. 냉이는 어디서 자라?"
나는 아이의 말에 웃음이 터진다. 새 학기엔 보통 선생님이 어떠하시다. 반 친구들 중에 누구랑 친해졌다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아이는 마치 급식놀이를 하고 온 것 같았다.
오늘은 어떤 반찬이 나왔는데 우리 집과 달리 이렇게 저렇게 하니까 더 맛있다는 얘기가 주를 이룬다. 가령 저녁에는 계란찜이 먹고 싶은데 당근과 쪽파를 더 작게 썰고 버섯을 넣어서 해달라고 하고 떡국에 들어가는 떡은 눈사람모양으로 넣어달라고 말한다. 이상한 건 말 한대로 해줘도 학교에서 먹은 게 더 맛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또 학교급식 VS 엄마표 밥상에서 내가 밀렸다.
급식은 엄마의 고민을 덜어준다.
이십 년 가까이 주부로 지냈고 요리 좀 한다는 손이지만 매일 다른 메뉴로 반찬을 새로 만들고 골고루 하기는 어렵다. 물론 찌개나 주메뉴는 바꾸지만 밑반찬은 보통 다 소모될 때까지 밥상에 오른다. 이유는 야채나 생선을 일 인분 기준으로 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금치를 사서 한단을 무치고 고기도 한 근을 사서 재우기 때문이다.
코로나시기에 학부모였던 분은 급식의 절실함을 겪어봐서 알 것이다. 매일 세끼 밥상을 차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점심 한 끼만 학교에서 먹고 와도 많은 고민을 덜 수 있다. 학교에서는 매주 수요일은 특별한 음식을 선보인다. 최근 아이들에게 인기인 마라탕이나 스파게티, 밥버거, 쫄면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아이들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친환경농산물
학기 초에 학부모총회를 하고 그날 모인 학부모들 중에 학교에서 봉사할 일을 맡는데 나는 주로 급식모니터링을 맡았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가서 식자재를 검수하는 것이니 부담도 적고 아이들이 맛있다고 노래를 부르니 비법이 궁금하기도 하였다. 급식모니터링을 다니면서 느낀 건 첫째, 재료가 매우 신선하다는 것이었다.
친환경마크가 찍힌 식재료가 농협에서 바로 배달되고 소금까지 '해초 소금'을 쓴다. 급식 모니터링하고 와서 우리 집의 소금도 해초소금으로 바꿨다.
둘째, 영영사와 조리사의 음식 솜씨까지 더 해지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 아침 일찍부터 재료를 꼼꼼히 검수하고 깨끗이 세척해서 맛있고 보기 좋게 담아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아이들이 김치를 학교처럼 아삭하게 담아 달라고 하는 말에 자존심도 조금 상했었다. 김치는 주부의 자존심인데 말이다. 하지만 어떤가 매일 조리사분과 요리 배틀 하고 거기서 완패하더라도 아이들이 급식을 즐기니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