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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과 상품의 한 끗 차이

by 감각적 인생

미술가들은 가난하다는 편견이 높다.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쾌쾌한 먼지가 가득 쌓인 지하방에서 붓을 들다가 자신 인생 최고 작품이 될 그림에 마침표와 같은 사인을 힘겹게 한 뒤 쓰러져 죽는 미술가들을 사람들은 상상할 것이다.. 어쩌면 나만이 갖고 있던 환상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가난하고 고단한 미술가들의 스토리는 영웅화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0__AwQJMK4aI-9WK7B.jpg 영화 러빙 빈센트 포스터

가장 유력한 예로는 반 고흐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그의 삶의 이야기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을 만큼 그는 현대사회에서는 영웅과 같은 화가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그의 삶은 참 비참했는데, 그는 한평생 화가로써 인정받지 못하고 외롭게 살았으며 자신의 귀까지 자를 만큼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다 38살인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작품은 당시에 무시받았지만 이제는 돈이있다한들 못 살만큼 많은 사람들과 미술관들이 그의 작품을 총애한다. 그의 가셰 박사 초상화는 1990년도에 $82.5 million (한국돈 900억 원, 시가 1500억 원)인 90년도 역대 최고가에 경매되었다.

소더비나 크리스티와 같은 경매장에서 그림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화가의 가난과 역경이 자신들이 산 그림의 재미있는 스토리의 일부분이 될 수도 있다. 조금 변태 같지만 고된 환경에서 작업한 미술에 가치성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시각으로는 돈을 벌기 위하여 만들어내는 것은 “상품”이라고 부르지 “작품”이라고 쉽사리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0_zOcDoBYmVun3duGQ.jpg 앤디 워홀의 마릴린 몬로에 판화

하지만 이 이상에 반항하듯 앤디 워홀과 같은 현대미술가들이 자신의 미술을 상품화시켜 돈을 버는 세대를 열었다. 앤디 워홀은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Being good in business is the most fascinating kind of art. Making money is art and working is art and good business is the best art.” (비즈니스를 잘한다는 것은 최고로 환상적인 예술의 일종이다. 돈을 버는 것은 예술이며, 일하는 것도 예술이며, 잘되는 비즈니스는 최고의 예술이다.) 미술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도 앤디 워홀의 작품들은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옷이나 잡화로도 만나 볼 수 있을 만큼 그는 자신의 작품을 대중성 있는 상품으로 숭화 시켰다. 그는 자신의 스튜디오를 “factory” 공장이라고 이름을 붙여줬고 홀로 작품을 만들기보단 조수들에게 지시하여 판화를 찍어낸다.

돈이 오고 가는 미술은 작품일까 상품일까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하며 화가가 직접 만들어내지 않은 그림이 몇천만 원에 팔리는 것을 보면 대체 예술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어찌 보면 이런 비즈니스적 예술은 오래전부터 행해져 왔다. 편견과 달리 많은 화가들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그림을 그려왔으며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대는 17세기 이 전엔 흔히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중세시대에는 화가들이 왕족이나 교회에서 작품을 의뢰받아 그려왔으며, 자신의 그림에 사인을 하는 화가들도 몇 없었다. 그림이 완성되었다 해도 의로인의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수정을 해야 했던 이들은 자신의 창의성보다는 의뢰인의 취향을 반영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예술가라는 명칭보다 아마 기술자라는 명칭이 더 어울렸다고도 할 수 있다.

0_4PtqFCkVyOjLd47G.jpg 페터르 파울 루벤스의 오펠리아 중앙 페널

17세기 바로크 화가를 대표하는 화가 페터르 파울 루벤스의 경우에는 3000여 점의 작품을 만들어냈는데 아마 혼자 밑그림부터 끝까지 그린 그림은 손에 꼽힐 것이다. 그는 제자들에게 밑그림을 주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게 하였고 동물, 자연, 사람 등 각 세부의 특징을 잘 그리는 작가들을 고용하여 그림을 완성시키었다. 이와 같이 루벤스의 작업장에도 워홀과 마찬가지로 많은 조수들이 있었지만 그 작품들에는 루벤스의 사인이 들어갔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이 부분은 인식하지 못하고 그의 작품에 열광한다. 물론 루벤스 그는 모든 작업을 감독하였고 자신의 스타일과 색감을 조수들에게 사용하도록 지휘하였다.

옛날에도 지금도 작품과 상품의 한 끗 차이는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예술의 잣대를 논의하려면 조금 더 깊게 미술 역사를 공부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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