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월간성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지기 Jun 01. 2024

힘을 낸 줄 알았던 5월

알고 보니 계속 쉬어 짧게 쓰는 월간성찰

  

간헐적 가족이자 프로젝트 부부인 우리는 남편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며 5월 한 달을 함께했다. 여태까지는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간격으로 다음 출장지가 정해졌었다. 이번에는 그 텀이 조금 길었다. 이직하기 전인 신혼 때를 제외하고 이렇게 오랜 기간 일반 부부처럼 살아봤었나? 싶었다. 오랜만에 우리는 티격태격 열심히도 싸웠다. 아니, 나는 화내고 남편은 한 귀로 흘렸다. 너무 속상해서 밤에 잠들기 전에 (애들은 재우고) 펑펑 울면서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제야 대화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씩 함께 산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니, 부부는 싸워도 함께 지내야 된다는 말이 마음깊이 들어왔다. 부부는 서로 함께 살아야 한다.


  나는 매달 글쓰기를 다짐하고 다독을 계획하며 운동을 약속한다. 5월은 왜 그랬을까? 어린이날이었고 어버이날이었고 부처님도 오셨다가 점보라면도 먹고 탈도 났다가 애들 학교와 유치원 체육대회에서 줄을 당겼다. 5월은 정신이 없던 달이다. 그 와중에 건진 것이라면 내 마음의 변화다. 가족은 모든 것을 함께 한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참 많은 것을 강요했던 것 같다. 이젠 아니다. 남편 몰래 성공할 것이다. 남편이 '저기 저 작가는 당신이랑 이름이 똑같네?'라고 질문을 받는 것이 나의 목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남편과 상의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이 회사일로 최선을 다 할 때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뒤통수 치듯 알려주고 싶어졌다. 왜 남편에게 이것을 증명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그저 남편 혼자만 발버둥 치고 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걸까? 모르겠다. 아주 가끔 안쓰러운 (부러울 때가 더 많은) 나의 남편에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어졌다.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것이 생겨버렸다. 상상을 하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2024년 나의 5월은 독서도 못하고 글쓰기는 더욱 못했지만 행복한 가족을 만드는 것을 생각하고 그중 남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다가가는 소중한 달이였다. 이렇게 결심하니 마치 비밀 미션을 받은 듯 인생이 흥미진진해졌다. 또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게 행복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배워가는 재미가 있는 4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