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스이 Aug 28. 2021

재테크 모임에서 만난 제갈량

모르는게 너무 많아 큰일이니 배워야 해 -1

0.

2주 전부터 소모임 어플을 통해 알게된 재테크 모임에 나가고 있다. 나도 남들 삼성전자 주식 살 때 사고, 주변 친구 조언 얻어 여기저기 투자해봤지만, 결국 내가 모르는 판에서 그런 요행이 언제까지 통할 것 같진 않더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부터는, 더더욱 돈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돈이 여러가지로 장애물이 되는 경우를 겪고나니, 나라도 제대로 벌어놓자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사람간의 교제라는게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잖아 우리가.


1.

근데 이 재테크 모임을 듣다보니 나의 멍청과 무지를 보다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남들에겐 상식인 단어들이 내겐 외계어처럼 들렸다. 뭐라는지 알아듣질 못하겠는데, 용케 취직을 하고 돈을 모아왔구나 싶더라. 이 모임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1명뿐이고 나머지는 5~7살 밑이다. 그런 친구들이 나보다 더 이해를 잘하고 이런저런 질문을 할 때 참 반성이 되더라.


이런 순간엔 늘 견딜 수 없는 쪽팔림을 견뎌야한다. 근데 그게 다 내 업보고 살아온 꼴이니 뭘 더 탓할 것도 없다. 그러니 이렇게 넘기면 된다. "더 늦었다면 더 추했을거야"


2.

모임장님은 나보다 4살 아래인 분이다. 그런데도 머리 돌아가고 판세 분석하는게 무슨 제갈량급이다. 내가 이분 강의하는걸 보고 있으면 유비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47살 유비가 27살 제갈량을 찾아가 대가리 숙이고 천하삼분지계를 들은 이유가 다 있다.


15일에 이어 오늘까지 총 3번의 강의를 들었다. 재테크 시작 전 기본 마인드와 상식을 다져주는 기초 강의와 재무제표 보는 법, 안전자산 투자법 등이다. 이 의 강의법은 "재무제표엔 이런이런 요소가 있는데, 주식 투자할 땐 이런 점을 잘 참고하세요" "금 투자엔 이런 3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건 요게 장점이고 저게 단점입니다" 식이다. 결국 모임을 듣는 사람이 최종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인데, 나는 이게 맞다고 본다.


고작 강의 3번 들은게 전부라 함부로 평가하기는 조심스럽다. 다만 쓸데없이 여기 투자하라, 저기 투자하라고 권하지 않는다는 점, 용어들을 최대한 쉽게 알려준다는 점은 좋다.


3.

은 모임을 현재로선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모임을 진행하는 장소가 카페인데, 굳이 돈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면 이 카페에서 커피 한잔 빼오는게 전부다. 알고보니 자기 친구가 하는 카페라고.


그래서 난 물었다. "당신도 주말에 놀고 싶을텐데 왜 무료로 이런 좋은 모임을 하나요"

그가 답했다. "일단은 이 모임을 크게 키우는게 목표고, 그걸 제 스펙으로 쓰고 싶어요"


당연히 이 도 본업(금융업)이 있고, 필요하면 자기 기업 상품을 추천해줄 의사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런 모임을 하나둘씩 크게 키우며 명성을 얻고, 여기저기 유료 강연을 다니고 싶다는게 일단 그가 밝힌 포부였다.


물론 이 제갈량은 나보다 똑똑한만큼, 타인에게 일일이 말할 필요가 없는 이런저런 큰 그림이 있을 것이다. 그 본의가 무엇이든, 가장 실용적인 지식을 자신의 힘으로 쓸 줄 아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돈에 관해선, 정말 '아는 것이 힘'이라는 진리를 느낄 수 있는 만남이었다. 이 사람이 보고 있는 풍경을 나도 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육룡이 나르샤? 날아간 용은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