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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향사 이지안 Sep 30. 2021

고양이 삼대장이 있다고? 근데 그게 너라고?

냥집사들의 소원 -'마흔 가자' 04

고양이 삼대장이 있다고? 근데 그게



"우와우우옹오아아아아냥아앙#$%^^*@##@#$@#$^&&))_&" (대충 심한 욕)


우리 집 냥님은 목욕시켜드릴 때마다 이렇게 험한 말로 집사를 꾸짖는다.


고양이는 목욕을 자주 시켜주지 않아도 된다. '그루밍'이라고 본인의 털을 핥으며 앞니로 직접 털을 정리하기도 하고, 더러운 것을 소독하는 성분이 침에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혀에는 그루밍을 잘할 수 있도록 돌기가 있어 고양이가 손을 핥으면 따갑기까지 하다. 이렇게 그루밍한 털이 헤어볼이 되어 먹는 음식으로 헤어볼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구토를 하기도 한다. 고양이들이 이렇게 그루밍을 하는 이유는 사냥감과 적으로부터 본인의 체취를 숨기기 위한 본능 때문이라고 한다.


@pixabay - 그루밍


그런데 이 그루밍이 완벽하지 않아 털이 조금 뭉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가끔 묻어서는 안 될 것들을 묻히는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목욕을 시켜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목욕이 참... 되다. 평소에는 고분고분 야옹야옹 이쁘게 울던 냥님도, 목욕할 때만 되면 세상 화통 삶아 먹은 호랭이로 변신한다.(옆집에서 쫓아올까 봐 걱정되는 수준) 긴팔 긴바지는 기본이요, 앞발톱 뒷발톱 때문에 옷 울이 나가는 건 감수해야만 한다.(물론 그렇지 않은 수속성 냥님들도 계시다. 한... 천마리 중 한 마리?)


@pixabay - 호랑이


지랄묘 삼대장이 있단다.


아마 많은 집사들이 고양이 반려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서 얻었고, 얻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즐겨보는 유익한 고양이 채널 중, '미야옹철의 냥냥펀치'라는 채널이 있다. 이 '미야옹철' 수의사는 고양이 행동 분석 전문가로 EBS '고양이를 부탁해'에도 출연 중 이시다. 그리고 그의 유튜브 콘텐츠 중, 내원하면 수의사들이 긴장하는 고양이 삼대장이 있다고 했다. 어느 품종 일까?(품종 - 그가 비유한 캐릭터)


① 러시안블루 - 헐크
② 아비시니안 - 할리퀸
③ 터키쉬 앙고라 - 타노스


@pixabay - 할리퀸과 타노스

네가 헐크라고? 링크된 영상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쉽사리 믿지 못했다. 병원에 가서도 그렇게 얌전하고 주사도 잘 맞고 중성화 수술도 무리 없이 잘 받은 네가...


제가 이렇게 얌전한 러시안블루인데요?


처음 목욕시켰을 때는 1kg도 되지 않은 캣초딩 때였다. 큰소리로 울긴 했지만 컨트롤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가볍고 작고... 소중하니까.(내 월급처럼)


제가 이렇게 아련한 헐크인데요?


지금 이 헐크는 3.8kg의 적당히 건강한 러시안블루가 되었다.


러시안블루 성격의 특징은 평소에 사람을 잘 따르고 조금 싫은 것은 내색하지 않고 주인을 봐서 잘 참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버튼이 있어, 눌리는 순간 정말 아무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돌변해, 인원이 적은 1차 병원에서 감당하기 힘들어 2차 병원으로 옮겨지는 경우들도 있다고 한다.(이런 경험은 해보고 싶지도 않고, 상상하기도 싫다.)


닮아서 반려하는 걸까, 반려해서 닮아가는 걸까?


산책하는 개와 주인들을 잘 관찰해보면... 닮았다. 외형이 아니더라도 그 특유의 분위기와 느낌이 있다. 고양이들도 그러하다. 내가 러시안블루를 꼭 반려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많이 닮은 성향 때문에 나도 모르게 당겨서였을 수도 있겠다.(성격이)


저 아련한 눈빛 속 목욕을 시켰을 때의 아리의 참모습을 아는 건 오직 나뿐이다.

우리의 참모습은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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