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목욕을 자주 시켜주지 않아도 된다. '그루밍'이라고 본인의 털을 핥으며 앞니로 직접 털을 정리하기도 하고, 더러운 것을 소독하는 성분이 침에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혀에는 그루밍을 잘할 수 있도록 돌기가 있어 고양이가 손을 핥으면 따갑기까지 하다. 이렇게 그루밍한 털이 헤어볼이 되어 먹는 음식으로 헤어볼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구토를 하기도 한다. 고양이들이 이렇게 그루밍을 하는 이유는 사냥감과 적으로부터 본인의 체취를 숨기기 위한 본능 때문이라고 한다.
@pixabay - 그루밍
그런데 이 그루밍이 완벽하지 않아 털이 조금 뭉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가끔 묻어서는 안 될 것들을 묻히는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목욕을 시켜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목욕이 참... 되다. 평소에는 고분고분 야옹야옹 이쁘게 울던 냥님도, 목욕할 때만 되면 세상 화통 삶아 먹은 호랭이로 변신한다.(옆집에서 쫓아올까 봐 걱정되는 수준) 긴팔 긴바지는 기본이요, 앞발톱 뒷발톱 때문에 옷 울이 나가는 건 감수해야만 한다.(물론 그렇지 않은 수속성 냥님들도 계시다. 한... 천마리 중 한 마리?)
@pixabay - 호랑이
지랄묘 삼대장이 있단다.
아마 많은 집사들이 고양이 반려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서 얻었고, 얻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즐겨보는 유익한 고양이 채널 중, '미야옹철의 냥냥펀치'라는 채널이 있다. 이 '미야옹철' 수의사는 고양이 행동 분석 전문가로 EBS '고양이를 부탁해'에도 출연 중 이시다. 그리고 그의 유튜브 콘텐츠 중, 내원하면 수의사들이 긴장하는 고양이 삼대장이 있다고 했다. 어느 품종 일까?(품종 - 그가 비유한 캐릭터)
① 러시안블루 - 헐크 ② 아비시니안 - 할리퀸 ③ 터키쉬 앙고라 - 타노스
@pixabay - 할리퀸과 타노스
네가 헐크라고? 링크된 영상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쉽사리 믿지 못했다. 병원에 가서도 그렇게 얌전하고 주사도 잘 맞고 중성화 수술도 무리 없이 잘 받은 네가...
제가 이렇게 얌전한 러시안블루인데요?
처음 목욕시켰을 때는 1kg도 되지 않은 캣초딩 때였다. 큰소리로 울긴 했지만 컨트롤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가볍고 작고... 소중하니까.(내 월급처럼)
제가 이렇게 아련한 헐크인데요?
지금 이 헐크는 3.8kg의 적당히 건강한 러시안블루가 되었다.
러시안블루 성격의 특징은 평소에 사람을 잘 따르고 조금 싫은 것은 내색하지 않고 주인을 봐서 잘 참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버튼이 있어, 눌리는 순간 정말 아무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돌변해, 인원이 적은 1차 병원에서 감당하기 힘들어 2차 병원으로 옮겨지는 경우들도 있다고 한다.(이런 경험은 해보고 싶지도 않고, 상상하기도 싫다.)
닮아서 반려하는 걸까, 반려해서 닮아가는 걸까?
산책하는 개와 주인들을 잘 관찰해보면... 닮았다. 외형이 아니더라도 그 특유의 분위기와 느낌이 있다. 고양이들도 그러하다. 내가 러시안블루를 꼭 반려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많이 닮은 성향 때문에 나도 모르게 당겨서였을 수도 있겠다.(성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