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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Dec 23. 2023

 감정 다루는 법

애써 피하고 싶은 감정이 있다. 자연스럽게 어두운 감정이 들 때쯤 하는 내 행동!


하나, 불편한 바지보다 편한 트레이닝 복에 양말은 바지 밖으로 올려 신고 계단 오르기

둘, 하체를 가리기 위해 길게 입었던 옷은 적당한 길이로 입기

셋, 눈썹 그리지 않은 채 나가기

넷, 박람회 가기


내가 세상에서 가장 편한 행동, 남 시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공예 트렌드 박람회를 갔다. 12월 중 여유 있는 단 하루! 이 날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주차비가 만만치 않아 오랜 시간 있을 수는 없었다. 초대권을 신청했으면 무료였을 테지만, 시끄러운 감정을 떨쳐버릴 값으로 만원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공예 디자이너, 그녀의 작품은 상당히 독특했다. 가끔 글을 쓰기도 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작품에 넣어 그녀만의 독보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꽤 소신 있어 보였고, 작품은 다소 비쌌지만 구매욕이 생길 만큼 매력적이었다. 커다란 방석과 목걸이, 머플러를 그녀만의 느낌으로 뽑아냈다. 단순하면서도 느낌 있는 그녀의 캐릭터는 예전 못난이 세 자매 얼굴이 생각났다. 그녀의 작품에서 풍경과 속삭임, 따뜻함이 느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에 옴팍 빠져 경제적 수단으로 확장한 그녀의 사업성은 내면 깊은 유연성과 강인함이 어우러저 그녀를 더 빛나게 했다. 이번엔 어떤 작품을 만들었을지 궁금해 다른 작품은 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저 끝 부스까지 걸어갔다.


달라진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작품을 이것저것 많이 만들기보다 자기만의 시그니처에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작품을 선 보이고 있었다.


수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흔들리고 어두운 감정이 들지 않았을까?

자신의 것을  브랜드화하기까지 순간순간 지켜야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찬바람으로 헛헛한 요즘, 어딘가에 섬세하게 몰두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삶을 다루는 방식도 그럴 거 같아서…  버리고 싶은 감정은 덮어 버렸을까? 정면 돌파 했을까?  

어긋난 시차에 망설이고 후회하기보다 지금 이대로의 삶에서 방향을 짚어낼 필요가 있다!




과거의 무언가를 그냥 오류가 난 채로 지나가버리면 그 오류에 점점 복리가 붙죠? 그래서 엄청나게 커다란 싱크홀 같은 게 생겨버리는 거 같아요. 여러분은 어떤 편이세요? 과거를 덮어버리는 편인가요? 아니면 정면돌파를 하는 편이세요? 사실 과거는 정면 돌파를 하고 덮고 하기 이전에 그게 어떤 문제가 어디쯤 있었는지 인지하는 게 제일 중요하겠죠. 정말 힘든 건 내가 과거에 언제 오류를 범했는지 몰라서 스스로를 성찰할 때, 내 문제의 발생 시점이 헷갈린다는 거예요.   
           - 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 中(김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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